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패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1950년대 도쿄. 삼류소설가 세키구치 다츠미는 오랜 친구인 교고쿠도가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 장안을 떠도는 소문에 대해 토론한다. 유서 깊은 산부인과 가문의 딸이 임신한 지 20개월이 지났는데도 출산을 못하고 그 남편은 밀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소문이다. 헌책방을 나와 또 다른 지인인 에노키즈가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를 찾은 세키구치는 우연히 그곳에서 소문의 주인공인 여자의 언니 료코를 만난다. 세키구치는 에노키즈의 조수 역할로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사건 현장인 문제의 산부인과 병원을 찾게 된다.


요약과 달리 이 책의 도입부는 길고 산만하다. 세키구치와 교고쿠도가 나누는 대화는 (당시로서는) 최신 과학인 양자역학부터 요괴나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아우르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다가 별다른 결론도 없이 끝이 난다. 마침내 사건의 의뢰인인 료코를 만나 사건 현장을 찾아가는데, 이때 또다시 교고쿠 도감 요점을 알기 힘든 강의를 시작한다. 의식이란 무엇인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꿈과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 수수께끼 같은 강의와 미치광이 같은 사람들에 대한 취조가 반복되는 끝에 만나게 되는 진실은 허무할 정도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데뷔작인 이 작품의 명성을 전부터 익히 들었고, 명성에 혹해 이 작품을 읽게 되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아무래도 내가 사회파 미스터리를 주로 읽다 보니 본격 미스터리의 문법이나 분위기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이 장광설로 유명하다는데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하니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 할까. 작품 자체는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해 영화로도 제작되고(아베 히로시 주연) 만화로도 출간되었다. 만화를 읽고 소설을 다시 읽으면 감흥이 다르다고 하니 만화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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