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말해도 당신보다 낫겠다 - 오해를 만들지 않고 내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추스잉 지음, 허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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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말은 한정 없이 듣고 싶은 반면, 어떤 사람의 말은 듣기 전부터 짜증이 치민다. 대체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까. 과연 나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궁금하다면 대만 출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추스잉의 책 <펭귄이 말해도 당신보다 낫겠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학창 시절 저자는 말하기를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사투리를 쓰는 것도 부끄러웠고,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해 창피를 당하는 것도 두려웠다. 그런 저자가 말하기에 자신이 생긴 건 모의 유엔 토론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부터다. 모의 유엔 토론 대회는 전 세계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약 4백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모의 유엔의 참석자들은 유엔의 실제 회의 규칙과 절차에 따라 발언하고 연설하고 토론한 뒤 결의안 초안을 작성한다. 저자는 해마다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말하기의 기본을 배웠다.


저자가 모의 유엔에서 배운 말하기의 기본 중 하나는 '말하기 전에 목적을 정한다'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질문 형태로 표현한다. 상사가 부하에게 "오늘 점심에 김치찌개 먹고 싶지 않나?"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말을 할 때는 자신의 말이 질문인지 발의인지, 찬성인지 반박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조차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특히 회의나 토론, 말싸움 등 말과 말이 부딪쳐 갈등을 빚기 쉬운 상황에서 유용한 조언이다.


자기소개나 면접 같은 상황에서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말하기 비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남들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가족 관계나 학력 같은 사항 말고, 남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관해 말하라고 조언한다. 저자에게 그것은 망고다. 망고를 무척 좋아하는 저자는 자기소개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사실을 꼭 언급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저자가 어디 출신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등은 기억하지 못해도 저자가 망고를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꼭 기억하게 되었다. 오은 시인이 주황색을 좋아한다고 자주 언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문화 시대에 필요한 말하기 기술에 관해서도 나온다. 저자는 20년 이상 NGO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만났다. 외국인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외국어 실력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말하기 에티켓도 중요하다. 저자는 다문화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여덟 가지 말하기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는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 마라'이다. 어떤 문화권에선 부정적인 얘기를 터놓고 해야 친한 사이라고 여기지만, 어떤 문화권에선 그렇지 않다. 문화 차이에 따른 오해를 피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타인의 사생활을 입에 올리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다. 사생활 개념이 약한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타인의 재산이나 나이, 결혼 여부, 자녀 수, 사는 곳, 키, 몸무게 등에 관해 말하는 것을 터부시하지 않는다. 반면 사생활 개념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 문화권에선 타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에 관해 일절 말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남들 앞에서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는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 전에 공적 발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오해를 살만한 발언은 일기에 쓰거나 심리상담사에게 말하라.


나 역시 외국인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저자의 경험담을 읽을 때마다 큰 공감이 되었다. 외국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조언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갈등을 피하려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남이 듣기 좋은 말과 내가 하고 싶은 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말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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