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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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것만 알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수정란이 만들어져 배아가 되고 인간으로 성장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성(性)에 대해, 생명에 대해, 인간에 대해 오해가 생기고 잘못된 편견이 생긴다.


이 책 <탄생의 과학>은 인간 탄생을 둘러싼 신화와 오해를 과학의 언어로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저자 최영은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발생학 및 재생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에 따르면 생명의 발생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발생학으로 설명된다. 발생학은 하나의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이 책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유전자가 발현되고, 배아가 자라나고, 인간으로 완성되는 전 과정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관한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은 정자가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동안 난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고만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난자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며, 정자가 나팔관 쪽으로 보다 쉽게 이동하도록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 정자만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오해는 남녀 관계에서 남자는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이 사회적 차별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적 차별이 과학을 왜곡하고 잘못 전파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남성과 여성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자가 활력 있는 정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딸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도 엄마의 영양 상태와 같은 환경 요인이 태아의 성별을 결정한다고 보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생각들은 전부 잘못이다.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남자에게 있는 Y염색체다. 일반적으로는 Y염색체가 있으면 남성, 없으면 여성이다. 그런데 최근 Y염색체가 없는 남성, Y염색체가 있는 여성이 발견되었다. 현재의 과학자들은 단순히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인간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가락은 왜 각각 길이도 다르고 모양도 다를까. 이는 배아가 발달을 하는 동안 세포가 얼마나 많은 양의 메시지를 받느냐와 관련이 있다. 사실 배아 세포는 손가락을 만들라는 하나의 메시지만 받는다. 다만 얼마나 많은 양의 메시지를 받느냐에 따라 새끼손가락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집게손가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단, 손가락을 만들라는 명령어를 담은 소닉 헤지호그 단백질, 일명 Shh 단백질은 엄지손가락 발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들과 왜, 어떻게 다르게 발달하는 걸까. 나로서는 드물게 과학 분야에 호기심이 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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