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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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스파게티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다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에 나오는 내용에 따르면, 스파게티를 만든 사람은 우리가 다 아는 불세출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맞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던 15세기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는 지금처럼 풍요롭지도, 다채롭지도 않았다. 종달새 혓바닥, 타조알 스크램블, 개똥지빠귀를 곁들인 돼지 요리 등이 당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그조차도 부자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때만 해도 감자와 토마토, 옥수수 같은 야채와 곡물이 신대륙에서 들어오기 전이었다. 사탕수수가 없으니 설탕도 없었고, 소금과 후추는 있었지만 금만큼 귀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런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걸 보면 말이다. 사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출간을 목적으로 쓴 책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 담당자로 일하면서 맛본 음식들을 노트에 적었고 이를 <코덱스 로마노프>라는 소책자에 모아두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23년 동안 직장에 재직하면서 매일 먹은 음식을 기록한 시노다 나오키의 책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와 비슷한 콘셉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건 그의 성장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자 제조업체를 운영한 그의 의붓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단것으로 표현했다. 그 영향인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련과정 중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그로 인해 '돼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성장한 후에는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며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술집이 망한 후에도 음식 조리 기구를 발명하거나 새로운 음식법을 개발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아주 많다. 그중 제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최후의 만찬>의 탄생 배경이다.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충만한 성령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궁정 연회 담당자로 일했던 그가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고용했던 스포르차 가문의 루드비코가 수도원 식당 벽에 벽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했고, 안 그래도 '만찬'이나 '요리' 같은 주제라면 껌뻑 죽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2년 9개월 동안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시쳇말로 '요리 오덕'이 '덕업일치'한 결과물인 것이다.


스파게티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중국의 국수를 유럽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마르코 폴로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가 국수를 먹거리라고 설명하는 걸 잊어버리는 바람에 당시 유럽인들은 국수를 주방 장식으로 사용했다. 이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국수를 끈처럼 가늘게 뽑는 기계를 발명했다. 스파게티의 원래 이름인 '스파고만지아빌레'는 이탈리아어로 '먹을 수 있는 끈'이라는 뜻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삶아진 스파게티를 먹기 위한 도구로 이가 세 개 달린 포크도 발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크의 이는 두 개뿐이었다.


이 밖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 노트에 실린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1장과 2장은 저자의 해설이고, 3장부터는 요리 노트의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물개 요리, 구멍 뚫린 돼지 귀때기 요리, 공작새 구이, 새끼 양 불알 요리, 올챙이 요리 등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요리도 많이 나온다. 좋은 치즈를 고르는 법, 식탁에 병자를 제대로 앉히는 법, 고약한 파리를 주방에서 내쫓는 법 등의 팁도 나온다. 이런 기록을 일일이 다 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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