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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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잘 팔린다 했더니 얼마 후 유시민 작가의 여행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제목은 <유럽 도시 기행>. 유시민 작가의 책은 출간만 됐다 하면 베스트셀러인데, 그런 유시민 작가가 출판계에서 드물게 불황을 모르는 분야 중 하나인 여행 에세이를 썼으니 불티나게 팔릴 수밖에. 게다가 유시민 작가의 이전 책들과 다르게(?) 문장이 한결 가볍고 내용 또한 재미있어서 한 권으로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서문에 보면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는 전2권으로 기획되었다고 나오는데, 이 정도의 내용과 인기(+판매량)라면 앞으로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가 몇 해에 걸쳐 짧은 일정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들을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1권에는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의 여행기가 실렸고, 2권에는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의 여행기가 실릴 예정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한국 독자들이 길지 않은 일정으로 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는 현실을 감안해 한 도시에 머무르는 기간은 4박 5일을 기본으로 했으며, 항공편과 숙소만 미리 잡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해결했다. 교통은 주로 지하철, 노면전차, 버스 등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다녔고, 이스탄불에서만 가이드를 통하고 나머지 도시에선 모든 걸 자력으로 해냈다.


이 책은 대체로 여행 에세이의 틀을 따르지만,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전직 정치인의 책다운 면모가 여러 대목에서 엿보인다. 아테네가 남긴 최고의 유산은 신전이나 동상 같은 물리적 유물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정신적 이념이며, 에펠탑이 지구촌의 문화수도 파리의 상징인 까닭은 그 형태나 위치 때문이 아니라 여느 왕조의 왕이나 정부의 통치자의 명령이나 결정에 의해서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모와 대중의 참여로 만들어진 건축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대목 등이 그 예다. 바티칸이나 베르사유 궁전에 갔을 때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고, 얼마나 많은 교황과 왕이 권력을 이용해 민중을 착취하고 지금까지도 그걸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지적하는 점도 유시민 작가다웠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많다. 소크라테스는 "여자도 덕이 있을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 여자는 바로 난민 출신의 여성 아스파시아다. 똑똑하고 말도 잘했던 아스파시아는 고대 그리스의 유력 정치인 페리클레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페리클레스가 그리스의 최고 권력자가 되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그런 아스파시아를 가리켜 아테네 시민들은 '첩년' 또는 '밀레토스 창녀'라고 욕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아스파시아를 언급조차 안 했고,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 페리클레스가 합당한 이유 없이 학살을 저지른 이유가 아스파시아 때문이라고 썼다.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 가리발디는 단순한 군사 영웅이 아니라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는 입법을 시도했다. 노예제 폐지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링컨 미국 대통령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출신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생가에 가보고 싶었으나 터키 정부의 살벌한 경계와 감시로 인해 가보지 못했다는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나도 터키 하면 오르한 파묵이 떠오르는데, 정작 터키 정부는 오르한 파묵의 가치를 모르고 외려 억압한다니 안타깝다.


저자는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역사를 알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의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 책 덕분에 이 도시들을 여행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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