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모부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성에 관한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다만 어려서부터 책과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은 실컷 봤기 때문에 이따금 나오는 성적인 장면을 보고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을 인식하고 성관계 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그렇게 배운 '지식들'이 얼마나 왜곡되고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최근에야 깨닫고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


이 책을 쓴 에이미 조 고다드는 뉴욕대에서 성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섹슈얼리티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온 유명 연사이자 교육자다. 저자는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얼마나 많은 성적 수치심에 시달리고 있는지, 잘못된 성 관념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거나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지 등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10대부터 70대까지 수많은 연령대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토로한 성적인 고민 또는 아픔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치유해나간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 여성의 성 경험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한쪽에는 성적 불만족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 또는 애인과의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여성들은 자신이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성에 대한 무지'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여전히 많은 국가와 종교가 여성의 성적인 관심을 가지거나 자유롭게 성생활을 즐기는 것을 억압하거나 금지하며,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 알거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하게 한다. 저자는 공부와 운동, 요리와 운전과 마찬가지로 성도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이며, 여기에 차별이나 배제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는 끔찍한 성 경험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다. 이 책에는 아버지나 오빠, 남동생 등 남성 가족 또는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하는 것도 성폭행의 범주에 포함되는데,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 또는 애인과의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불편해지는 게 싫어서 억지로 성관계를 가진 후 괜찮은 척한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축적되면 성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서 성관계를 기피하거나 그런 성관계를 용인한 자기 자신을 증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 좋아서, 진심으로 즐기면서 성관계를 가지면 자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정신 건강도 개선된다.


이 책에는 성적 수치심이나 두려움, 공포 등을 극복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섹스 라이프를 즐기게 된 여성들의 사례가 다수 나온다. 사례 위주로 읽어도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독자 자신이 찾고자 하는 답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애뿐 아니라 동성애, LGBT의 섹스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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