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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모든 것 -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김낙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학부 때 부전공이 행정학이었다. 전공인 정치외교학, 복수 전공인 경제학과 중복으로 인정되는 과목이 많아서 혹시라도 써먹을(?) 일이 있을까 봐 신청했던 건데 아직까지 한 번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전공을 써먹을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 책 <세금의 모든 것>을 읽으면서 행정학을 부전공한 덕분에 조세행정론 수업을 들었고, 덕분에 세금에 관한 이야기가 아주 낯설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했다(학점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자 김낙회는 1983년 행정고시 합격 후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대한민국 최고의 조세 정책 전문가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기획재정부에서 세제실장을 마치고 난 후였다. 세제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저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세금과 국민이 생각하는 세금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세금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도 의외로 많은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는 자신들이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무슨 세금을 내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아쉬움을 느꼈다.
이 책은 세금의 의미와 역사, 종류, 기능 등 개념에 관한 설명부터 소득과세, 기업과세, 소비과세, 자산과세, 국제조세와 관세 등 세금의 주요 항목들을 빠짐없이 다룬다. 흔히 세금에 대해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간다'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와 상반되는 이미지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르면 세금은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이 가장 실천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국민 스스로 납세의무를 정하고 국민 스스로 납세의무를 지는 나라 형태는 하룻밤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모두 몇 가지 세금이 있을까. 정답은 '25개'다. 세금은 크게 4가지 관점에서 구분된다. 부담 주체에 따라 직접세와 간접세로 구분되고, 과세 주체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로 구분된다. 조세 목적에 따라 보통세와 목적세로 구분할 수도 있고, 세원에 따라 소득세와 소비세, 재산세로 구분할 수도 있다. 세금은 국가 재정의 원천인 동시에 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지닌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자산이 축적되었고, 그중 상당 부분이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 상속세나 증여세의 형태를 통해 중하위 계층에 재분배하는 기능을 세금이 수행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조세 환경은 어떨까. 나라가 전보다 잘 살게 되었으니 조세 환경도 좋아졌을 것 같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일단 우리나라는 고성장에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인구 절벽이 시작되면 필요한 재정은 늘어나는데 조세 수입이 부족해 재정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점점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통일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조세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조세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저자의 가르침에 적극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