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블록체인부터 죽음까지, 그림 인문학
임상빈 지음 / 박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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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 교육을 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다면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임상빈의 책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읽어보길 바란다.


저자는 미술 교양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무학의 경지'를 권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 교육이라고 하면 미술 교과서를 달달 외우거나 미술사조를 암기하거나 작가의 전기나 작품의 배경 등을 많이 알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다르다. 지식이란 아는 만큼 힘이 되기도 하지만 아는 게 독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미술을 전공할 생각이 아니라면 감상하는 법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미술 감상에는 절대적인 감상법이란 게 없다. 자기만의 경험과 감각, 상상력을 총동원해 멋대로 해석하다 보면 그 자체로 개성적인 시각이 되고 진귀한 통찰이 된다.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 책은 오랫동안 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공을 쌓아온 저자가 다양한 방면의 개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해석한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관심사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포함한 공학 기술을 비롯해, 4원소설, 지동설, 만유인력의 법칙 등을 포함한 과학 이론, 전체주의, 현대주의, 동시대주의 등을 포함한 예술 사조, 욕망, 사랑, 자유, 평등, 죽음 같은 전 인류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두루 아우른다.


예술가의 눈에 비친 최신 공학 기술은 어떨까. 저자의 눈에 비친 '인공지능'은 '사람의 자화상'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뭘 잘하고 뭘 못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존재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구'다.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함께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암호화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모든 거래 기록이 정확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기록되고 공개되니 부정과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다만 등불이 너무 환하면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처럼, 암호화폐 사용이 보편화될수록 '사람 고유의 맛'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창작 영역, 바로 예술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고 세상만사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무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도 기술은 예술의 거울일 뿐이고, 기술을 예술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결국 사람이 보인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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