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이와모토 마나 지음, 윤경희 옮김 / 올댓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안 쓴다니. 정말 그럴까. 이 책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이다. 이 책을 쓴 이와모토 마나는 일본에서 피부과 임상의로 활동하다 1997년부터 프랑스의 미용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철이 든 이후로 인생의 절반을 파리에서 산 저자는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자신감과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기품 있게 행동하고, 나이와 관계없이 정열적으로 연애를 즐기는 비결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관찰 끝에 그 비결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의 '교육'이었다.


프랑스 학생들은 지우개를 사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학생들은 연필이나 샤프펜슬이 아니라 만년필로 노트 필기를 한다. 교육적으로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틀린 것을 없던 것으로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만년필로 노트 필기를 하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울 수 없으니 줄을 그어 그 부분을 지운다. 이렇게 하면 교사는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잘못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서 정답에 도달했는지의 과정을 알 수 있다. 학생도 공부에 있어 중요한 건 정답을 알아냈는지가 아니라 정답을 알아내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프랑스 학교에선 시험을 볼 때 답안지의 아름다움도 채점한다. 프랑스 학교의 교사들은 설령 학생이 틀린 답을 썼을지라도 답안지에서 드러나는 디자인성이 뛰어나다면 그것만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반대로 올바른 답이 적혀 있더라도 답안지가 더럽혀져 있거나 악필로 써서 읽을 수 없다면 예외 없이 감점된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수업에서든 시험에서든 전자계산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계산은 계산기가 하고, 인간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교육은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프랑스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오답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그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면 잘못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도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졸업 후 인생에서 그 어떤 어렵고 기묘한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동요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생각해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새하얀 백지에 자기만의 논리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답안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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