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
강보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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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덕질, 먹방, 리액션 비디오, 인성짤, 탕진잼 등의 문화현상은 한국 사회의 어떤 모습과 변화를 반영하는 걸까. 한국예술종합학교, KAIST, 연세대학교에서 영상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계간지 <1/n> 에디터와 <한겨레 21> 필자를 거쳐 현재는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강보라의 책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에 그 답이 나온다.


이 책은 지난 몇 년 간 한국 사회 곳곳에서 회자된 다양한 미디어, 문화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고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1장에서는 혼밥, 개인 취향, 덕질 등 갈수록 더 강조되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한다. 2장에서는 먹방, 리액션 비디오, 인성짤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일상 안에 내재된 타인의 시선을 풀이한다. 3장에서는 오늘날의 소비 패턴과 주거 양식, 성장에 대한 고민, 지식을 선택하는 과정 등을 다각도로 바라본다. 4장에서는 기계와의 소통, 라이브 방송, 랜선 관계, 인증 문화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옮겨간 우리의 삶이 변화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책의 제목인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얼마 전 소셜미디어를 수놓은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꼭 나만."이라는 문구를 차용했다. 한 어린이가 새해 소망으로 적어냈다고 알려진 이 한 마디는 '우리'보다는 '나', 집단보다는 개인이 잘 되기를 소망하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처럼 '나'를 중시하는 문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이기주의가 판을 치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이타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이 개인을 지원하고 보호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타성을 발휘하면 도리어 손해를 보는 문화이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기성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를 중시하는 문화가 발전하면서 개인의 취향, 이른바 '개취'를 존중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무엇을 좋아하고 선호하는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무엇을 싫어하고 꺼리는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들 수 있다. 2017년 페이스북에 개설된 이 모임은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취향 또는 기호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원래 이 음식엔 00가 들어가야 해.", "편식하지 마.", "주는 대로 먹어." 등 강요된 사회적 규범에 시달렸던 개인의 억압된 욕망이 얼마나 강한 응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를 중시하는 문화가 발전하는 가운데 타인의 시선을 욕망하는 문화도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리액션 비디오다. 리액션 비디오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반응을 담은 영상을 뜻한다. 리액션 비디오가 인기를 끈 것은 유튜브가 등장한 이후의 일이지만, 과거 미국 방송의 '홈 비디오' 프로그램이나 일본 방송의 '그림 속 그림', 한국의 '몰래카메라' 같은 프로그램도 타인의 반응을 보면서 즐기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은 같다. 이러한 리액션 비디오는, 영상을 보는 사람은 우월적인 시각에서 타인의 반응을 감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영상에 찍히는 자신의 반응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으면서 만족을 느낀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의 독특한 감성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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