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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 이후 1년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죽음에 관한 소설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1994년에 <타나토노트>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크게 새롭진 않았으나,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신선했다.
<죽음>은 추리 소설가 '가브리엘 웰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브리엘은 평소처럼 아침에 눈을 떠 집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려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사를 찾아간 가브리엘은 진료소에서 자신의 우상인 1930년대 미국 배우 헤디 라마를 빼닮은 여자를 만난다. 여자의 이름은 뤼시 필리피니. 자신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매라고 소개한 뤼시는, 아무래도 가브리엘이 죽은 것 같다며 가브리엘을 도와 가브리엘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함께 찾기로 한다.
가브리엘을 죽인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들 중 가장 유력해 보이는 인물은 총 세 명이다. 가브리엘의 쌍둥이 형 토마, 가브리엘의 출판사 대표 알렉상드르 드 빌랑브뢰즈, 그리고 가브리엘을 적대시하는 평론가이자 작가 장 무아지다. 가브리엘은 용의자 세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게 된다. 어려서부터 경쟁 상대였다고만 여겼던 쌍둥이 형 토마는, 알고보니 그 누구보다 가브리엘을 염려하고 또 지원했다. 가브리엘을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는 줄 알았던 출판사 대표 빌랑브뢰즈는, 알고보니 그 누구보다 가브리엘의 재능을 높게 평가해 가브리엘 사후 가브리엘처럼 글을 쓰는 인공지능을 개발할 생각을 할 정도였다. 대중 앞에서 가브리엘을 공공연히 비난했던 평론가 무아지는, 알고보니 그 누구보다 가브리엘의 재능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이제야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되었지만, 죽음의 강을 건너버린 지금, 돌이킬 방법은 없다. 그저 저승에서 그들의 안녕을 기원할 뿐이다. 가브리엘은 끝내 자신을 죽인 범인을 알게 되고,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데 성공한다. 원래의 육체를 되찾을 길은 없지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 뤼시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로서 존재하기로 결심한다.
<죽음>은 그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선보인 작품들과 달리,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은 면모가 많이 보인다. 주인공 가브리엘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마찬가지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인 점, 장르 소설 작가라는 점, 범죄학, 생물학, 심령술 등에 두루 관심이 많은 점 등이 그렇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으나 자국인 프랑스에선 장르 소설 작가라고 폄하당하고, 외국에선 영미권 작가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다는 설정은, 혹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의 발언이 아닐지. 이 밖에도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