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울긴 글렀다 -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우는 법
김가혜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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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 <보그 걸>, <코스모폴리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고, 현재는 팟캐스트와 라디오에서 연애 상담을 하고 있는 작가 김가혜의 산문집. 화려해 보이는 매체에서 선망받는 직함을 달고 일했던 분이라서 책도 잔뜩 멋부린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저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크고 작은 상처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책이어서 공감도 많이 되고 감동적이었다.


저자는 녹록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저자의 부모는 저자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했다. 저자의 할머니와 고모가 저자를 대신 키웠고, 부모를 대신해 키워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말을 늘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늘 밝고 씩씩하게 행동했지만, 이따금 울음이 터지면 아무도 못 말렸다. 눈물이 많은 저자에게 할머니는 눈 아래 점이 눈물점이라서 그런 거라고 핀잔을 주었다. 눈 아래 점이 있으면 눈물이 많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저자는 펑펑 울고 나면 거울 앞에 서서 눈물점이 커졌는지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토록 눈물이 많은 저자인데,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었던 적이 있다. 고3 때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갈 길이 막막했던 저자는 대학에서 주최하는 문예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대회 전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바라는 건 내가 대학에 가는 거라고, 대회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저자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떼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를 마친 후 저자의 두 손에는 '입상'이라고 적힌 상장이 쥐어져 있었다. 기뻐야 했지만 기쁘지 않았다. 슬픈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잡지사에 취직한 저자는 휴일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공황이 찾아왔다. 심장이 가슴에서도 뛰고, 머리에서도 뛰고, 귀에서도 뛰었다. 샤워를 하다가, 영화를 보다가, 친구화 대화를 하다가도 이유 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생각 끝에 취재를 핑계로 정신과를 찾았다. 의사는 공황 발작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일 잘하고 가정 일도 잘하는 슈퍼우먼이라는 건 타고나서 체력이 좋은 사람이면 모를까, 일반인에게는 가닿을 수 없는 경지라고 했다. 무조건 쉬라고도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 전에는 겁도 나고 비용이 부담되기도 했는데, 치료를 받은 후인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과거의 나쁜 기억들과 현재로 이어지는 증상들을 말할 때마다 저자는 매번 울고, 저자의 내면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도 함께 운다. 다 울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은 물론 몸까지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흘린 눈물은 애써 그러모아봤자 몇 그램도 안 되겠지만, '어린아이'를 가둬놓느라 눌러둔 마음의 돌덩이는 치워졌다. 이 밖에도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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