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공감의 두 얼굴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 지음, 두행숙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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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은 좋기만 한 감정일까? 독일 출신의 심리학자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는 이 책에서 공감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각종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감에는 분명 좋은 효과가 있다.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자극받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을 나도 느끼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괴로움을 나도 느끼는 경험은 인간의 정서적 성숙에 큰 영향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공감은 인간으로 하여금 대의에 헌신하고 공동체에 봉사하게 만든다. 인명 사고가 발생하거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 발 벗고 나서는 건 남의 일을 마치 내 일처럼 여기는 공감 능력 덕분이다. 불평등, 독재, 불의에 항거하고 평등, 민주주의, 정의를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의 원동력 중 하나는 공감 능력이다.


하지만 그 반대 효과도 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연구에 따르면, 공감은 자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공감은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흑백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울 때 사람은 자신을 구원자이자 조력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즐겁겠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남을 모욕하고 깎아내리고 폭로해서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위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는 공감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자신에게 불가능한 것을 자식들을 통해 체험하고 싶어 하는 '헬리콥터 부모'와 '스테이지 맘'도 대표적이다.


저자는 책에서 니체의 저서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를 여러 차례 인용한다. 이들 저서에서 니체는 주인과 노예의 개념을 통해 선과 악의 진정한 의미를 모색한다. 귀족적인 주인들은 자기 자신과 적들마저 긍정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노예 상태의 인간들은 모든 것, 특히 주인이 가진 속성을 강하게 부정한다. 노예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조차 부정적이어서 결국에는 자기 자신마저 미워한다. 노예들은 자기 자신 안에 안주하지 못하고 마치 객관적인 인간이 강한 존재를 관찰하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연결해서 생각해볼 만한 것이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인질은 납치범에 의해 제압되며, 납치범의 소망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니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질이 스스로 복종하고, '나'를 내던지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인다고 본다. 이러한 스톡홀름 증후군은 국가, 교회, 정당, 회사, 클럽, 집단 같은 현대 사회의 수많은 제도와 조직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결혼 제도, 헬리콥터 부모, 스테이지 맘, 파파라치, 스토커, 가스라이팅도 그렇다. 이들 행위의 ' 가해자'들은 단순히 '피해자'의 정서적인 반응이나 고통을 예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체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


저자는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공감의 밝은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어두운 면을 이해하고, 자신이 잘못된 공감으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준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읽기가 마냥 쉬운 책은 아니지만, 저자의 주장이 워낙 참신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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