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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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적 청취 1,500만의 팟캐스트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의 진행자이자 유튜브 <재우의 서재>를 운영 중인 유튜버이기도 한 작가 한재우의 산문집. 서울대 법학부를 졸업한 저자가 공정 무역 카페, 독서 교육 회사 직원을 거쳐 작가가 되기까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진솔한 문장으로 전한다.


책에는 다사다난했던 이십 대와 삼십 대를 거치며 피 땀 눈물로 버틴 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대 법학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저자는 법관이 되기만을 꿈꿨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법대를 지망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 재미가 없었다. 고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매일 도서관에서 꼼짝 않고 공부만 하니 죽을 맛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사회적 기업처럼 공익적인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공정 무역 카페를 열었다. 커피 한 잔을 팔 때마다 물 한 통을 기부하는 카페였는데 반응이 썰렁했다. 1.2년 만에 문을 닫고 독서 교육 회사에 취직했다. 7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운동을 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주 3회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몇 권의 책을 썼다. 현재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어느 날 신문 기사 한 조각을 읽었다. 대구에 사는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44세에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국수 장사를 하면서 5명의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할머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만학도들이 다니는 중학교를 알게 되었다. 중학교 졸업장만 받자는 생각으로 69세에 입학을 했다. 2년 만에 중학교 과정을 끝낸 할머니는 내친김에 고등학교에도 진학했다. 역시 2년이 걸렸다. 이왕 시작한 공부니 더 해보자고 생각해 대학에 들어갔고 역시 2년 만에 마쳤다. 75세였다. 커다란 꿈을 품었다가 실패한 적이 많았던 저자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저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이룰 수 있는 꿈을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걸,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커다란 꿈을 이루는 '비결'이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미래로 미루지 말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정치 논객으로 유명한 미학자 진중권은 20여 년 전 <미학 오디세이>라는 불세출의 걸작을 썼다. 20주년 기념판 서문에 저자는 이렇게 썼다. "이런 책을 다시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몇 차례 이 책만큼 대중적인 책을 써보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시절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알게 됐을 때의 황홀한 기쁨은 다시 반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정 무역 카페를 하던 시절,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엮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그때는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서 미뤘는데, 지금은 그때의 일을 써보려고 해도 잘 써지지 않는다. 써진다 해도 그때만큼 즐겁게, 신나게 쓸 자신이 없다. 그러니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더라도 나답게 즐겁게 버틸 방법을 찾아보라는 저자의 조언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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