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 - Novel Engine POP
아사하라 나오토 지음, 아라이 요지로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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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공영 방송국 NHK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3월에는 타가메 겐고로의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아우의 남편>이 방송되었고, 2019년 4월에는 아사하라 나오토의 소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가 원작인 드라마 <부녀자, 무심코 게이에게 고백하다>가 방송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온갖 동영상 사이트에 널린 먹방, 쿡방 같은 건 백날 방송하면서, 정작 중요한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후져도 너무 후진) 한국 방송과 비교하면 참 부러운 일이다.


아사하라 나오토의 소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를 읽었다. 소설의 화자는 안도 준. 겉보기엔 평범한 일본의 남자 고등학생이지만 사실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인 준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족과 친구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있다. 주말을 맞아 연상 애인을 만나러 신주쿠에 간 준은 우연히 한 서점에서 같은 반 여학생 미우라 사에를 만난다. 준은 사에가 산 책이 다름 아닌 BL('Boys Love'의 줄임말), 즉 남자들 간의 사랑을 다룬 책인 걸 알게 된다. 중학교 때 BL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 사에는 준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고, 사에보다 더 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준은 사에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 후 준과 사에는 함께 BL 이벤트에 가기도 하고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급기야 사에는 준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한다. 동성애자이지만 언젠가는 다른 '평범한' 남자들처럼 '평범하게' 여자와 사귀고 '평범하게'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인 준은, BL을 좋아하는 사에라면 무난하게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백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준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들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준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을 상처 입히고 그 자신도 상처 입는다. 대체 이들은 어떻게 될까.


'남자를 좋아하는 소년과 BL을 좋아하는 소녀의 연애'라는 소재 자체는 자극적이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섬세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지하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곡 제목을 각 파트의 제목으로 차용한 발상도 기발하고, 동성애자(혹은 양성애자)로 알려진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통해 준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나간 것도 좋다. 무엇보다도 이성애가 디폴트 값인 사회, 이성애만이 사랑으로 치환되는 사회에서 '다른 사랑'을 꿈꾼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좋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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