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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겉보기에 완벽하고 화기애애한 커플이 실제로도 완벽하고 화기애애하다는 법은 없다. 외려 남들 눈에 보기 좋은 척을 하느라 속이 썩어 들어가고 불화가 끊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잘 나가는 금융맨인 핀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인 레일라는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된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잠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낸다. 핀은 파리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레일라를 위해 깜짝 여행을 준비한다. 함께 노트르담 성당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센 강변을 산책한 다음 파리 근교의 므제브에서 스키를 타는 완벽한 여행이다. 사건은 스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발생한다. 프랑스의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차 안에 있던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외국에서 연인을 잃은 핀을 불쌍하게 여긴다. 한편으로는 핀이 레일라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사건으로부터 12년이 지난 현재, 핀은 레일라와 눈동자 색깔이 같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여자와 사귀는 중이다. 여자의 이름은 엘런. 사실 엘런은 레일라의 친언니다. 레일라가 실종된 후 추모식에서 만나 급속도로 친해진 두 사람은 현재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경찰은 레일라가 목격되었다는 제보를 전한다. 레일라가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던 러시아 인형도 집 앞에서 발견된다. 레일라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핀은 러시아 인형을 발견하는 족족 숨기며 주변 사람들을 의심한다. 반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동생을 보고 싶은 엘런은 레일라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B. A. 패리스의 전작 <브레이크 다운>이 워낙 좋았기에 이번 신작도 큰 기대를 했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사건의 진실을 숨기고 싶은 사람과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은 사람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다가 그 관계가 역전될 때의 스릴이 대단하다. <나를 찾아줘>처럼 완벽한 커플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연애 또는 결혼 생활의 본질을 묻는 소설, 남녀 간의 심리적 갈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