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타인 1 - 그래서 부부는 재미있다
사와구치 케이스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런 말 때문에 부부 관계가 불행해지고 파탄에 이르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만화를 만났다. SNS에서 30만 네티즌의 공감을 얻은 사와구치 케이스케의 만화 <아내는 타인>이다.


<아내는 타인>은 저자와 아내의 실제 결혼 생활을 그린 일상 만화다. 저자와 아내는 대학 때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만났다. 평범한 선후배로 지내다가 졸업 무렵 교제를 시작했다. 취직 후 동거를 하는 편이 월세나 생활비가 적게 들 것 같다는 판단하에 같이 살기 시작했고, 같이 살아보니 '앞으로 살아가는데 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즐거울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다. 여기까지는 딱히 특이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이 부부가 신기한 건, 결혼 이후의 모습이다. 이 부부는 각자 다른 시간에, 각자 다른 메뉴를 먹는다. 남편은 일식이든 양식이든 다 잘 먹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즐긴다. 반면 아내는 일식을 좋아하고 적게 먹는 편이다. 음식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각자 만들어 먹었다. 두 사람이 같은 음식을 먹는 건 한 달에 한 번 외식을 할 때 정도다. 남편은 술을 매일 마시지만 아내는 1년에 몇 번 정도밖에 안 마신다. 남편은 틈만 나면 외출을 하지만, 아내는 웬만해선 바깥출입을 안 한다. 남편은 매달 20~30권의 책을 다양하게 읽지만, 아내는 판타지 소설만 읽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은 음식을 먹고 싶고, 같은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나로서는 참신한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이 부부는 사귄 지 8년,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원만하고 쾌적한 관계를 유지한다. 항상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는 타인이라는 걸 잊지 마라." 저자는 "상대가 아내(남편)이니까 00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는 생각이 싸움을 부르고 불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남편이니까 전부 다 돈을 내.", "아내니까 요리 정도는 하라고" 같은 생각 또는 말 때문에 실제로 부부간에 싸움이 일어나고 불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는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 관계에도 적용되는 조언이다. "친구라면 이 정도는 다들 하지 않나?", "연인이면 나한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같은 심리가 싸움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배우자를 남처럼 서먹하게 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엮이는 특별한 타인이므로 더욱 예절을 지키고 정중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저자는 아내가 자신의 몫까지 설거지를 하면 "내 그릇까지 씻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고(이들 부부는 설거지도 각자 한다), 요리를 하다가 아내가 산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 일일이 허락을 구한다("아스파라거스 좀 써도 돼?"). 그러고 보니 생판 모르는 남에게 갖추는 예의를 평생 같이 살(지도 모르는) 배우자에게 갖추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이상하다.


이 밖에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프리랜서 만화가로 전업하면서 겪은 일, 이와테에서 살다가 아내와 함께 도쿄로 이주해 살면서 겪은 일, 아내와 1년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일 등이 담겨 있다.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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