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40대에 결혼
타카기 나오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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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기 나오코 작가가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나는 마치 평생 결혼하지 않을 줄 알았던 친한 언니가 갑자기 청첩장을 들이민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다카기 나오코가 누구인가. 그동안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150cm 라이프>, <마라톤 1년차>,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등 다수의 코믹 에세이를 발표하며 여자 혼자서도 일하고, 자취하고, 마라톤하고, 여행 다니며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가가 아닌가. 그런 다카기 나오코가 돌연 결혼을 발표하고, 이어서 임신, 출산 소식까지 알리자 배신 당한 듯한 기분마저 느낀 독자가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기분으로 내내 있다가 <서로 40대에 결혼>을 읽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확 풀렸다. 갑자기 결혼 소식을 알린 언니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이 결혼이 어떤 결혼인가. 신랑도 신부도 40대가 넘은 나이에 처음 만나,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감행한 결혼이다. 저자 자신도 평생 혼자 살 줄 알았고 그럴 작정이었는데, 막상 마흔을 넘기고 미래를 상상해보니 혼자서 노후를 보내면 쓸쓸할 것 같고, 아이를 가진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지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이건 비혼인 나도 무겁게 느끼는 부분이라...).


이야기는 저자가 마흔을 앞두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계기부터 현재의 남편과 만나 사귀게 된 과정, 결혼을 진행하고 출산을 준비하면서 겪은 일들, 입덧과 진통을 거쳐 마침내 첫아이를 안았을 때의 환희, 육아에 매진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 등을 그린다. 부부 모두 결혼식에 대한 동경이 없어서 일부러 식을 치르지 않고 친척들에게 부부의 사진을 찍어 선물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갈음했다는 대목이나, 자취 경력이 긴 저자보다 남편의 요리 실력이 월등히 나아서 매일 맛있는 요리를 먹는 바람에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일단 남편에게 원하는 조건을 정하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남자가 나타나자 적극적으로 대시해 주도적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만화에서 프리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을 뿐이지, 실제로는 남다른 추진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고(그렇지 않으면 프리랜서로 이만큼 성공할 수도 없었겠지), 앞으로도 오순도순 재미나게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부디 출산 이후의 이야기도 만화로 그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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