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법칙 - 누구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
데이비드 데스테노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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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왜 부자는 거짓말을 잘하고, 가난한 사람은 남을 잘 믿을까?'라고 적힌 이 책의 띠지를 본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진 말이다. 당시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다수의 국민들이 이 책을 읽고 '그'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지 않았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졌을까(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의 책 <신뢰의 법칙>을 읽으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의 심리와 뻔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사람의 심리에 관해 생각했다.


타인의 말을 믿을지 말지 결정하는 일은 일종의 내기와도 같다. 신뢰의 밑바닥에는 종종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 즉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 저녁 피자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엄마의 약속을 신뢰하기 위해, 아이는 부모가 갑작스러운 야근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들러 재료를 사 와서 피자를 만들어 줄 것인지를 신경 쓴다. 똑같은 논리가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문제에도 해당된다. 20년짜리 장기 저축에 가입할 때, 우리는 최신형 아이패드가 출시되거나 기막히게 저렴한 여행 상품이 나왔을 때 저축을 깨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신뢰가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일종의 내기라는 명제는, 부자 또는 권력자의 말을 믿을지 말지 결정하는 일에도 적용된다. 돈이나 권력이 많은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협력이나 선의에 의존할 필요성이 적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행동경제학자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일수록 단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집중한 나머지 타인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가용 자원이 풍부할수록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필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넷 또는 SNS 상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거래하거나 숙소를 예약할 때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평가나 리뷰 같은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온라인 상거래로 이익을 보는 거대 기업이나 단체, 인플루언서 등은 가짜 이메일 주소나 아이디로 자신의 신뢰성 점수를 부풀리거나, 혹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다른 이들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직관 메커니즘 키우기'를 제시한다. 발표된 모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직관이 이성보다 더 나은 조언을 들려준다고 한다.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행동을 보일지 예측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속임수를 간파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유 없이 싫거나 두려운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쌔한 느낌이 드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일단 피하고 보는 게 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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