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 내 감정을 똑바로 보기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박한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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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우울하고 슬플 때, 우리는 흔히 '마음이 고장 났다'라고 표현한다. 마음이 힘들고 답답할 때,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 때에도 마음에 이상이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좋아하는 친구와 싸웠을 때,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낯모르는 사람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마음이 슬프거나 답답하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안 좋은 일이 있는데 마음이 좋고 편안하면 그때야말로 고장 난 거다.


신경인류학자 박한선의 책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은 인간의 마음을 신경과학과 인류학의 관점에서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불안, 슬픔, 부끄러움, 죄책감, 의존성, 사랑, 강박, 외로움, 겸손 등의 기분과 감정을 신경인류학과 진화정신의학의 관점으로 풀이한다. 저자에 따르면 약하고 변덕스럽고 종종 추악하기도 한 인간의 마음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마음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이 서로 상처 주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때리고 죽이고 죽는 일이 인간의 진화를 촉진했듯이, 인간의 마음 또한 공연한 일에 슬퍼하거나 터무니없는 일에 흥분하며 진화해왔다.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에 '프라임 감정'을 꼽는다면 불안일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생존과 안위에 유리하도록 불안과 공포를 체화했다. 불안은 역기능만큼 순기능도 많다. 불안은 다가오는 상황을 미리 준비하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특정 상황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니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험 때문에 불안하면 지금 당장 공부를 시작하고, 업무 때문에 불안하면 그러기 전에 미리미리 업무를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을 호소한다. 우울증의 원인은 슬픔인 경우가 많다. 기쁨이 심해지면 조증이 되고, 슬픔이 심해지면 우울증이 된다. 문제는 기쁨에 비해 슬픔이 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슬픔은 우리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누군가가 죽거나 배우자와 헤어지거나, 늙고 병들어 사회에서 물러나는 생각을 하면 슬퍼지는 것은 당연하나, 그럴수록 인간은 현재에 충실하게 되고 미래에 대비하게 된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기분, 마음의 상태를 차분한 어조로 설명해준다. 기존의 심리학이나 정신의학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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