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거느리는 법 - 이천오백 년 노자 리더십의 정수
김종건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자 하면 '무위자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 노자이기에 인위적인 정치나 인재 관리와는 무관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닌가 보다.


재야의 인문학자 김종건이 쓴 <사람을 거느리는 법>은 동양 고전의 정수로 손꼽히는 노자의 <도덕경>을 통해 인재 관리의 방법을 배우는 책이다. <도덕경>의 앞부분인 <도경>은 세상의 이치와 철학인 도를 말하고, 뒷부분인 <덕경>은 도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인 덕을 말한다. 도와 덕은 모든 인간이 지녀야 할 덕목인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세상을 다스리는 통치력을 갖춰야 할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그러니 <도덕경>은 도덕 교과서인 동시에 정치 기술서이다. 


저자는 본문에 앞서 노자의 리더십 8계명을 소개한다. 크게 생각하되 작게 행동하라,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사전에 원인과 조건을 마련하라, 마음을 비운 채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모든 것을 달성하라, 남들을 좇아가지 말고 스스로 그러함이 되라, 짧지만 고귀한 삶 가운데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라, 다투지 말고 물처럼 모두를 이롭게 하라, 때때로 철저한 고독과 침묵으로 생활하라, 세 가지 보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매일 실천하라 등이다. 마지막 8계명의 세 가지 보물은 자애와 검소, 천하에 앞서지 않음(공손과 겸손)을 의미한다.


이 중에 가장 어려워 보이는 계명은 3계명 '마음을 비운 채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모든 것을 달성하라'이다. 저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억지로 해서 잘 되는 일은 드물다. 직원에게 억지로, 강제로 일을 시켜서 뜻대로만 된다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 매번 나를 부추기고 타인을 혹사시키다 보면 부작용이 생긴다. 스스로의 본성을 잃고 욕망과 집착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이 이루어지다 보니 실수가 생기고 진짜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도 전에 쓰러지고 파괴된다. 노자는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하지 않는 편이 역설적으로 목표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한다(정말?).


'모름을 알 때 앎이 찾아온다'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자신이 부하 직원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상사나 리더는 쉽게 망한다. 자신의 무지를 숨기는 상사나 리더도 마찬가지이다. 노자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뛰어남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병이라고 했다. 채우기보다는 비우기, 늘리기보다는 줄이기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중요하지 않은 부수적인 일에 너무 집중하면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에 쓸 힘과 시간이 줄어든다. 비워야만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고 혁신과 창의가 가능하다는 조언이 마음에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