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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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 소설 권태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최근 들어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았다. 읽으려고 해도 집중이 잘 안되어서 가벼운 에세이나 만화를 대신 읽곤 했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잠까지 잊고 한달음에 읽은 소설이 바로 2018년 나오키상 수상작 시마모토 리오의 <퍼스트 러브>다(참고로 나오키상은 대중성을 감안하는 상이라서 웬만하면 다 재미있다).


소설은 임상 심리 전문가인 마카베 유키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사진가인 남편과 귀여운 아들을 둔 유키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임상 심리 전문가다. 그러던 어느 날 유키는 얼마 전에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아나운서 지망생 히지리야마 칸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해보라는 의뢰를 받는다. 칸나는 공중파 방송사 아나운서 2차 시험이 있던 날 시험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찾아가 찔러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유키는 칸나의 심리와 사건의 전모를 알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칸나는 모호한 진술로 유키를 방해한다.


소설은 현재의 유키가 칸나를 취재하는 이야기와, 취재 과정에서 유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 이렇게 이중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현재 유키의 곁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한 명은 대학 시절에 만나 결혼에 이른 남편 가몬이고, 다른 한 명은 남편의 배다른 남동생이자 오래전 친구 사이였던 가쇼다. 유키는 칸나의 국선 변호인으로 가쇼가 선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아니 잊고 싶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오를 것 같기 때문이다.


유키와 칸나는 직업도 다르고 처지도 다르지만 뜻밖에도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는걸, 독자는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된다. 두 사람은 부모로부터 받아야 마땅한 사랑과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잘못된 자아상이 확립되었고, 그로 인해 잘못된 연애를 반복했다. 유키가 칸나의 사건에 집착하듯 매달리는 것은 칸나가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내가 이 소설에 깊이 빨려 든 것 역시 같은 이유일까.


여성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고 주제 의식도 좋다. 시마모토 리오의 다른 작품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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