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 기시미 이치로의 사랑과 망설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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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이다 보니 '미움받을 각오하고 뜨겁게 사랑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랑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서 신선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들러 심리학과 에리히 프롬의 책을 여러 번 언급한다. 아들러는 사랑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 상대가 바뀌어도 매번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연애 상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일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은 성격이라는 말로 대신 표현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있고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급급한 사람이 있다. 이는 둘의 성격이 달라서라고도 볼 수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라고도 볼 수 있다.


불행한 연애를 끝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상대가 나에게 뭔가를 먼저 해주기만을 기다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상대에게 내가 뭔가를 먼저 해주는 방식으로 바꿔보자.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고백하면 안 된다, 여자의 역할과 남자의 역할은 따로 있다 등등의 고정관념도 연애에 방해가 된다면 버리는 편이 낫다. 부모나 형제자매, 예전 애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 때문에 연애를 못한다면 이제 그만 족쇄를 끊어버리자. 자꾸만 과거 상처를 헤집고 이를 핑계로 연애를 주저하는 것도 당신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말로 하지 않는 사랑,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사랑도 사랑일까?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말을 언급한다. "만약 어떤 여성이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꽃에 물 주기를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는 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일이다.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76쪽)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꽃에 물 주기를 잊거나 꽃을 꺾으면 그 사랑을 믿을 수 없듯이, 사랑도 말이나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믿기 힘들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소홀하거나,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학대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이를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물론 연애, 결혼 등에 대해 심드렁한 기분이었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사랑이라니, 연애라니, 결혼이라니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사랑은 성애이고,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성애보다 더 큰 차원임을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차별이 없고 배제가 없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A는 사랑하지만 B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은 가정하지 않고 한정하지 않는다. 'C 하면 사랑하지만 D 하면 사랑하지 않겠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사랑은 배워야만 알 수 있는 이론이 아니지만, 배움 없이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 사랑은 허황된 이상이나 판타지가 아니지만, 돈이나 명예 같은 현실적인 조건만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배우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사랑의 기쁨 같은 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배움 없이, 노력 없이 사랑을 말했던 지난날이 부끄럽다. 사랑해 본 적도 없으면서 사랑에 실패했다고, 사랑을 포기했다고 말했던 나 자신이 창피하다. 다가오는 봄에는 기꺼이 사랑할 용기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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