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등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의 가슴을 적셔온 나태주 시인의 미공개 신작 시를 수록한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가 출간되었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에는 <그런 너>, <미루나무 길>, <9월에 만나요>, <공주 야행>, <까치밥> 등의 10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미루나무 길>에는 여름날 한낮에 양산 하나를 받쳐 들고 먼 길을 걸어가는 연인의 모습이 나온다. 햇빛이 따가우니 양산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순순히 그러지 않는 건 나보다 상대에게 더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이란 으레 그런 것이다. <공주 야행>에는 공주의 밤[栗] 향기를 맡다가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불빛도 좋고, 달도 좋고, 곁에 있는 사람도 좋아져 버린 사람이 나온다. 밤 한 톨에도 사랑을 떠올릴 만큼 사랑에 푹 빠져버린 사람의 마음이 사랑스럽다.


나태주 시인에게 시란 무엇일까. <나의 시에게>라는 시를 보면, 시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시로 인해 살았고, 시를 통해 다른 사람을 구하고 싶어 한다. 마치 민들레 홀씨가 바람결에 날아가 씨를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자신이 고르고 또 고른 시어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뿌리내려 또 다른 시어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것 같다. 또는 시인이 만들어낸 사랑의 말들이 또 다른 사랑으로, 희망으로, 열정으로 퍼져나가길 기원하는 것 같다.





나태주 시인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시>라는 시가 힌트가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시를 / 예쁘게 쓸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 씻어내다 보면 /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대답에/ 놀라는 얼굴로 바라보던 아낙/ 호동그란 그 눈빛이 내게는 더욱 새로운 시였습니다. - <새로운 시>" 내가 예쁜 시를 쓰지 못하는 건 내 속에 있는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때문일까. 예쁜 시를 쓰려면 내 속에 있는 사람부터 예쁘고 단정하게 씻어내야 하는 걸까.


이 밖에도 일상 곳곳에서 자세히 관찰하고 섬세하게 건져올린 시어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시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세상 곳곳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것들과 애틋한 사랑에게 안녕을 전하고 안부를 묻고 싶었다던 시인의 바람이 독자들의 마음에 전달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