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지음 / 알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故임세원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누가 봐도 탄탄대로라고 할 만한 인생을 살았다. 서울대 의대에 한 번에 입학했고, 순조롭게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남들보다 빨리 서울 시내에 위치한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렇게 바라는 일마다 다 이루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을 때, 원인 모를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에도 집중을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대 교수가 자기 몸 하나 못 고친다는 사실에 정신적 고통까지 찾아왔다. 급기야 저자는 죽음을 결심했고 자살을 기도했다.


죽기를 소망했던 저자가 죽기를 그만둔 건, 곁에 있는 가족들과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편이 신경질을 부려도 군말 없이 받아주는 아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며 "아빠 허리 얼른 낫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자식들, 선생님이 안 계시면 우린 어떡하냐고 애원하는 환자들을 보며 저자는 저들을 위해서라도 고통을 꾹 참고 견뎌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는 원인 모를 허리 통증과 그로 인한 우울증을 앓으며 모든 병이 완치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병은 평생을 따라다니고, 어떤 병은 원인조차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건 결국 마음가짐이다. 저자는 우울증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 괴로울 때마다 잡념을 쫓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산책을 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야구팀을 다시 응원하며 야구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아픈 순간에도 삶은 계속되므로, 아프다는 이유로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제까지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이 책만큼 내용이 진솔하고 감동적인 책은 없었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았던 저자가 뜻을 다 펼치지 못한 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게 안타까워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눈물이 났다. 이 훌륭한 책을 저자 생전에 읽지 못하고 비보를 접한 후에 읽은 게 못내 아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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