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돈을 보았다 - 회사를 박차고 나온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하경제 추적기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너 우드먼은 한때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금융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애널리스트였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모니터 앞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고 느낀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 길 위에서 대학이나 회사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짜 경제를 배웠다. 그리고 그 내용을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등의 책으로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코너 우드먼의 신간 <나는 세계 일주로 돈을 보았다>는 저자가 이제까지 쓴 책 중에 가장 위험하고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세계 일주를 통해 본 돈의 정체란 바로 마약매매, 매춘, 도박, 사기, 절도 같은 범죄행위로 운영되는 '지하경제'이기 때문이다. ​ 저자는 사람들이 <대부>, <소프라노스>처럼 마피아, 조직폭력배, 도둑, 사기꾼 등이 나오는 범죄 스릴러 장르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데 반해, 현실의 범죄 체계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저자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다양한 범죄 조직과 지하경제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었고, 스스로 범죄 조직에 가담해 그 실상을 알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미국, 아르헨티나, 인도, 스페인, 영국, 멕시코, 이스라엘, 콜롬비아를 아우르는 세계 일주를 계획했다.


이 책을 읽다가 맨 처음 놀랐던 부분은 지하 경제의 수익이 웬만한 글로벌 대기업의 연간 수익을 웃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연간 수익은 월트디즈니 연간 수익의 2배에 달하고, 러시아 마피아의 연간 수익은 월마트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연간 수익을 합친 것과 비슷하며, 일본 야쿠자의 연간 수익은 구글, 코카콜라, 이베이의 연간 수익을 뛰어넘을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 노동 인구의 절반인 18억이 암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 세계 ‘범죄 기업’들의 수익은 세계 500대 기업 중 50개 기업의 수익 총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이 거대한 시장은 어디에 있고, 누가 어떻게 운영할까.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인 탓에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에나 있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런 시장은 일반인들의 가까이에 있다.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타로 카드 점집, 현금을 내면 거스름돈으로 위조지폐를 주는 택시, 영화에 출연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갈취하는 연예 기획사, 별 가치 없는 골동품을 대단한 유물로 둔갑시켜 관광객의 돈을 뜯어내는 골동품상 등이다. 지하 경제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방대하며, 이미 이 사회에는 범죄 조직과 무관한 평범한 사람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적인 거래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저자는 취재 과정을 영상으로도 기록했고, 이를 편집해 <Scam city>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Scam city>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방영되었으며, 일부 영상은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