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연합뉴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약칭 '에바)' 시리즈의 오랜 덕후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구입한 책이다. 픽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 박종현은 작가가 기자 시절에 취재한 실제 에반게리온 덕후 두 명을 모델로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한다. 소설의 제목인 '열광금지, 에바로드'도 박종현의 모델이 된 에반게리온 덕후들이 실제로 만든 단편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이쯤 되면 픽션이 아니라 거의 논픽션...)


이 소설은 쉽게 말해 에반게리온 덕후 박종현의 성장담이다. 종현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와 재봉 일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났다. 원래도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어느 날 돌연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중학생이던 종현은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막막한 종현의 삶의 유일한 낙은 에반게리온이었다. 종현은 친구의 집에서 에반게리온을 본 이후로 그것만 반복해 보았고, 그걸 볼 때만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이후 종현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그리고 종국에는 에반게리온 덕후들의 꿈인 스탬프 랠리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다.


종현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하는 덕후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덕후의 모습(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은 아니다. 오히려 종현은 너무 이른 나이에 사회를 알아버렸고, 잃어버린 유년기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애니메이션을 본다. 종현은 앞이 캄캄할 때마다 덕후로서의 자아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애니메이션 동아리에서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 의상학과에 진학한다거나, 대학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해지자 에반게리온이 탄생한 일본에서의 취업을 고려하는 식이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한 후 과도한 업무, 불안한 장래, 부모의 병치레, 죽음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 또한 에반게리온 스탬프 랠리였다.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 <표백> 같은 작품에 비하면 훨씬 밝고 가벼우니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