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이 필요한 시간 - 우리는 어떻게 공학의 매력이 깊이 빠져드는가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이인식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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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공학과 과학이 다른 학문인지 몰랐다. 이 책에 따르면, 공학과 과학은 엄연히 다른 학문인데도 국내 출판시장에서 공학은 과학의 일부, 심지어 하위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 분야의 명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같은 책은 잘 팔리는데, 공학 분야의 명저자인 헨리 페트로스키의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같은 책은 외면당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알지만 헨리 페트로스키는 모르는 '공알못(공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반성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을 쓴 이인식은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대한민국 1호 과학 칼럼니스트이다. 저자는 이 책을 '국내 최초의 공학 도서 서평집'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공학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공학 도서를 소개하는 전문 서평집 한 권이 없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이 책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는 공학 기술 도서 45권에 대한 서평이 실려 있으며, 서평 중 26편은 저자가 직접 집필하고 나머지 19편은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어 완성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공학 기술,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는 저자가 공학 분야의 최고 명저로 꼽는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를 비롯해 <네 번째 불연속>, <중국의 과학과 문명>, <창조의 엔진>, <냉동인간> 같은 책들을 소개한다.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는 포크처럼 흔한 물건에서 위대한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공학자뿐만 아니라 미래의 발명가, 디자이너, 기획자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제2부 '기계와 인간의 공진화'에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 기술의 오늘과 내일을 다룬 저서들을 소개한다. <사람과 컴퓨터>, <괴델, 에셔, 바흐>, <생각하는 기계> 등 공학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책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마지막 제3부 '공학 기술의 미래를 말하다'에는 21세기 한국의 미래 공학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의 목록이 나온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 언뜻 보기에는 공학 분야의 도서 같지 않은 책들이 언급된 점이 인상적이다. <메이커스>, <기업가 정신 2.0>,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등 경제경영 도서가 여러 권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과학과 구별되는 공학의 특징으로 '실사구시'를 든다. 과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학은 실용성이 높은 학문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불편을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하고 실용화하는 것이 공학의 목적이자 역할이다. 저자는 이 같은 위대한 일을 해내는 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학뿐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은 물론 경영, 콘텐츠, 아이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이 책에 소개된 책들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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