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마음 -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
전중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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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본 동물의 이름보다 그 동물이 위험한지 여부를 더 잘 기억할까? 왜 연인과 이별한 다음에 남성은 '같이 못 잔 것'을 더 후회하고 여성은 '같이 잔 것'을 더 후회할까? 왜 영화 <친구>에 나오는 "친구끼리 미안한 거 없다."라는 대사가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을까?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책 <진화한 마음>은 이 모든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존, 짝짓기, 혈연, 집단생활, 폭력, 문화, 학습, 성격, 도덕, 정치, 정신 장애 등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최신 연구 동향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화심리학의 토대부터 생존, 성과 짝짓기, 가족과 혈연, 집단생활, 학습과 문화, 응용 진화심리학에 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우선 진화심리학을 과학의 탈을 쓴 유전자 결정론, 우생학 혹은 성차별주의라고 믿는 경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진화심리학은 인류의 기원과 존재 이유를 진화론에서 찾으며,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진화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진화론은 성희롱, 간통, 폭력, 차별 같은 잘못된 행동들을 '자연적'이라고 정당화하는 학문이 아니라, 이같은 잘못된 행동들을 야기하는 원인을 찾아서 바로잡고자 하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자는 사람들의 다양한 동기가 하필이면 '왜' 그런 식으로 나타나는가를 진화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할 뿐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인간의 발정기'에 관한 설명이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성욕이 강하고 더 많은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이 통설이며, 이는 진화심리학의 기존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성적 관심은 남성의 그것 못지 않으며, 배란주기에 따라 성욕은 물론 선호하는 배우자의 양상 또한 달라진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배란 전환' 가설에 따르면 여성은 배란주기상 약 6일 간의 가임기가 되면 자식에게 유전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일시적 성관계' 대상의 남성을 선호하고, 그 외의 기간에는 남편감으로서 충직하고 성실한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반대로 남성은 일정한 타입의 여성을 선호한다).


폭력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이제까지 폭력에 대한 진화적 시각은 폭력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이따금 터져 나오는 고장 사고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폭력은 원초적 본능이 아니라 외부의 환경 조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동되는 정교한 심리적 적응의 산물이다. 폭력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들도 폭력을 불사하게 된다. 이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 범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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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0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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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0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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