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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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읽은, 마음이 맑아지는 소설이다. 스무 살 대학생 노리코는 엄마의 권유로 다도를 시작한다. 몸가짐이 여느 중년 여성들과는 달라서 눈여겨보았던 이웃의 다케다 씨가 다도 스승이다. 처음에 노리코는 다도가 고리타분한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차 한 잔을 마실 뿐인데도 왜 이렇게 어렵고 번거로운지. 노리코는 툴툴거리면서도 매주 토요일마다 다케다 씨의 집을 방문해 다도를 배운다.


다도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노리코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 노리코는 출판사에 취직하고 싶어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좀처럼 구해지지 않고 아르바이트만 전전한다. 부모님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을 거면 시집을 가라고 성화다. 노리코도 나름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연애도 해보지만 무엇 하나 잘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다도 수업은 빠트리지 않고 참석한다. 틀렸던 걸 또 틀린다고 혼나기 일쑤지만, 그래서 여러 번 다도를 그만두려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수업을 마치고 씁쓸한 차 한 잔을 받아들면 기분이 개운해지고 또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이 난다. 대체 왜일까. 다도에는 어떤 힘이 숨겨져 있는 걸까.


"학교도 다도도 인간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학교는 언제나 '타인'과 비교하고, 다도는 '어제까지의 자신'과 비교한다는 점이다." (267쪽)


노리코의 모습은 여느 청춘들과 다르지 않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도 잘 모르고, 주어지는 일을 잘해보려고 애쓰지만 대체로 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을, 노리코는 다도를 통해 얻는다. 노리코도 처음에는 '여름의 차'와 '겨울의 차'는 무엇이 다르고 왜 다른지 몰랐다. 달콤하고 화려한 양과자와 달리 밋밋하고 맛없는 화과자의 매력이 뭔지 몰랐다. 다케다 선생님의 다실에 늘 걸려 있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문구도 그저 '매일매일 좋은 날'을 뜻하는 말인 줄 알았다. 얼마 전까지 몰랐던 것을 하나씩 깨닫고 배우고 터득하며 노리코는 천천히 어른이 된다.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된 노리코는, 아마도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 자신인 것 같다. 작가 이력에 대학 졸업 후 프리라이터로 활약했으며, 스무 살 때 다도를 시작해 현재까지 40년 넘게 차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고 적혀 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이 책은 17년 전 출간된 이래 일본에서만 40만 부 이상 팔렸고, 얼마 전 고인이 된 키키 키린과 쿠로키 하루, 타베 미카코 주연의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개봉되었다. 더 늦기 전에 영화관에서 영화 <일일시호일>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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