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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글 심폐소생술 - 한 줄이라도 쉽게 제대로, 방송작가의 31가지 글쓰기 가이드
김주미 지음 / 영진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20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작가가 알려주는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 저자 김주미는 방송국에서 라디오 작가와 TV 구성작가로 20년 일했다. 현재는 대학, 공공 도서관, 문화원에서 글쓰기와 드라마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망한 글 되살리는' 31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무엇을 쓸지 생각이 안 나 막막하다면 일상을 관찰하는 행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저자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신발을 관찰하곤 한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중년 부인이 걷기 편하지만 우아한 하이힐을 신었다면, 보험설계사로서 그가 오늘 하루 만날 사람들과 나누게 될 대화를 상상해 본다. 노년의 어르신이 새것으로 보이는 운동화를 신었다면, 자녀들이 사준 운동화를 소중히 아꼈다가 오늘 처음 신고 나온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런 식으로 일상을 주의 깊게 보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제법 괜찮은 글감을 얻을 수 있다.
글을 쓸 때 독자는 누구로 상정하는 것이 좋을까? 방송작가 시절, 저자는 주로 어머니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 저자의 어머니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서른 살에 남편을 잃고 혼자 힘으로 두 남매를 키우며 평생을 서민으로 살아온 분이다. 저자가 편집 구성안을 쓰기 전에 어머니에게 먼저 스토리를 들려주면 어머니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식상한 부분, 흥미로운 지점 등을 정확하게 알려줬다. 어머니가 '어렵다, 재미없다, 이상하다'고 하는 지점들을 고쳐 쓰면 전보다 훨씬 나은 글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누구보다 냉정하게 평가해줄 주위 사람을 찾아 그에게 들려준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금방 일취월장할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나만의 도구와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 역시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뻔하지 않은 창의적인 글을 쓰고 싶은 때에는 일부러 편리한 도구들을 멀리하고 추억의 도구들을 찾는다. 원고지와 노트, 만년필과 국어사전이 그렇다. 원고지나 노트에 손으로 꾹꾹 눌러 쓰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완성하다 보면 사유가 깊어지고 글이 훨씬 잘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밖에도 저자가 20년간 방송 현장에서 직접 터득하고 실천한 노하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글이 잘 안 풀릴 때, 글을 더 잘 쓰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