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 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생존
벤저민 리버만.엘리자베스 고든 지음, 은종환 옮김 / 진성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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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인류 역사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영향을 끼쳐왔을까? 기후가 역사를 결정한다고 보는 기후역사학자들의 주장은 과도한 것일까? 궁금하다면 인류의 역사를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풀어쓴 책 <시그널>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미국 피츠버그 주립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벤저민 리버만과 같은 대학교에서 지구, 지리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고든이 공저했다. ​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선 기후변화가 호모 사피엔스 이전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본다. 이 시기 주요 기후변화 요인은 이산화탄소 감소로 인해 오랜 기간 지구를 냉각시킨 밀란코비치 사이클이었다. 마지막 최대빙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지고 대륙이 많이 노출되면서 인간의 생활방식과 거주지가 크게 바뀌었다. 2장에선 해빙기 동안의 기후변화와 인간 터전의 확대, 그리고 농업의 출현을 설명한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최대빙하기 상태가 풀리면서 지구의 기후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가 되었고 이때부터 인류는 농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3장에선 기후변화와 복합사회, 즉 문명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논한다. 기후변화는 대체로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따금 인류 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인간 사회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적도 있다. 약 4,000년 전 대규모 가뭄으로 인해 인더스 문명이 종말을 맞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4장에선 서기 500년에서 1300년까지의 지역적 기후변화와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기후변동의 영향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다른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했으며, 당시의 기후 특징은 북대서양 지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기후와 역사의 흔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 


5장에선 소빙하기라고 일컬어지는 기후변동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소빙하기의 원인은 여전히 과학적인 논쟁거리다. 태양의 흑점 감소로 인해 줄어든 태양 활동이 지구 냉각의 원인이었을 거라고 보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당시 발생한 몇 건의 화산 폭발이나 해양 깊은 곳의 해류 흐름 변화가 원인이었을 거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6장에선 인간이 기후를 변화시킨 주체로 나서게 된 역사적 변화들을 설명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19, 20세기에 본격화된 산업화, 도시화, 공업화가 지구의 대기 조성을 크게 바꾸었으며 온실 효과와 온난화 문제를 야기했다. 7장과 8장에선 기후변화 이론에 대한 논쟁을 소개한다. ​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기후변화와 복합사회의 상호작용을 다룬 3장이다. 이 책은 중국 한나라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에 안정적인 기후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왕조들은 강수량이 많은 시기에 번성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한나라 때 사막 지역이 많이 감소했는데, 이로 인해 곡물 수확량이 늘고 국가 재정이 탄탄해져 왕조가 번성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로마제국도 마찬가지다. 로마제국은 물을 관리하고 식량을 조달하는 역량을 통해 크게 번성했고 인구 또한 크게 늘었지만, 로마시대 후기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흉작이 이어졌고 결국 제국이 멸망했다. ​ 


역사와 기후과학에 모두 통달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한 호흡에 읽기가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가 역사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기후과학이 기후과학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아울러 현실이 되어버린 기후변화의 과속이 인류 문명에 미칠 해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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