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킹 투 노스 코리아 - 우리는 북한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글린 포드 지음, 고현석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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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 상황은 어떤 수준일까? 김정은은 신뢰할 만한 지도자일까? 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은 각각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 걸까? 유럽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영국 노동당 국제위원회 위원 글린 포드의 신간 <토킹 투 노스 코리아>가 다루는 내용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유럽의회 의원 자격으로 약 50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 7년간 조선로동당 국제부 부부장과 폭넓은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눴다. 


저자는 북한의 현 상황을 짚어보기 이전에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오해 다섯 가지부터 떨쳐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 오해는 북한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바탕으로 한 스탈린주의자들의 국가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주의-김정일주의를 교리로 하는 공산주의 성격의 신정국가다. 두 번째 오해는 중국과 북한이 '입술과 이' 같은 관계라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불신이 깊고 지난 10년간 거의 대화가 없었다. 세 번째 오해는 북한이 조기 통일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조기 통일이 흡수 통일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오해는 북한이 통제경제 국가라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기근 이래 시장경제가 급속히 발전했다. 다섯 번째 오해는 미국의 제재 해제가 열쇠라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안전 보장과 중국과 남한의 제재 해제 용인이다. 


저자는 이러한 진단의 근거로 제1부에서 북한의 역사를, 제2부에서 김정은 정권과 북한의 현재를 설명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표면적으로는 선대의 유훈을 따르는 '유훈 통치'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선대와 크게 다른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 정책이다. 김정은은 역대 북한 지도자 중에 가장 시장 친화적이다. 경제재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2016년에 4%나 성장했다. 평양 시내에는 해마다 들어선 현대적 환경의 새 아파트가 10만 채 이상 들어섰다. 현금카드와 현금 자동입출금기가 등장했고,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300만 명 이상에 이른다. 피자, 햄버거, 심지어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식당도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외교 문제는 제3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저자는 북한이 현재 핵 억지력 구축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지 못하는 '패러독스'에 갇혀 있다고 본다. 저자가 만난 평양의 한 당 고위 간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로부터 얻은 교훈은 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다는 점이다.' 북한이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수록 한국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미국이 앞서가고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는 방식을 가장 좋게 보지만, 알다시피 미국은 앞서가려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의 상황을 그르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인으로 악감정, 속임수, 무시를 든다. 미국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김정은과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는 뿌리 깊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북한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카다피의 예처럼, 미국이 북한을 속이거나 북한이 미국을 속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합의 당사국들을 굳게 결속시킬 사람들과 기관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무시란 내재적으로 가능한 것들에 대한 무시를 일컫는다. 미국과 북한 모두 서로의 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내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양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든지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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