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이다. 먼저 읽은 두 작품에 비해 훨씬 집중도 잘 되고 재미도 있었다. 아마도 이 소설이 1843년 7월, 캐나다 토론토 근처 시골 마을에서 실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에 기반한 실화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레이스는 인상이 차분하고 몸가짐이 단정하며 바느질 솜씨가 매우 뛰어난 열여섯 살 소녀다. 그런 그레이스가 캐나다의 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건, 그레이스가 내연남과 함께 자신의 고용주와 그의 애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정신의학 전문가인 사이먼 조던 박사가 그레이스와 상담을 하면서 그레이스의 과거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이먼 박사는 상담을 통해 그레이스가 아일랜드에서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캐나다로 오는 배 위에서 어머니를 잃었으며,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하녀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 사건은 당대에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작가는 이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주목한 '지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당대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단순한 치정 사건으로 보았다. 어리고 아름다운 그레이스가 젊고 자상한 집주인 키니어 경을 짝사랑했다. 하지만 키니어 경은 그레이스가 아닌 다른 하녀 낸시와 연인 관계였고, 이를 질투한 그레이스가 이 집의 남자 하인인 제임스 맥더모트와 공모해 키니어 경과 낸시를 살해했다. 작가는 이 사건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단순하지도 않고 치정 사건도 아니라고 본다. 여자란 그저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밖에 모르는 순진한 성녀 아니면 창녀라고 보는 그릇된 시선과 왜곡된 사고방식이, 어쩌면 진짜로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범죄자를 사면하고 사회로 내보내지는 않았는지 의문을 던진다.
주로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되지만 범죄 소설, 스릴러 소설, 미스터리 소설, 심리 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을 여태 읽어보지 않은 독자에게 이 소설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