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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나는 밤마다 유튜브로 미셸 오바마의 영상을 찾아본다. 미국인도 아니고 미국 정치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때아닌 '오바마 열병'을 앓고 있는 건, 순전히 이 책 <비커밍> 때문이다. <비커밍>은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아내이자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이다. 정치인 또는 정치인 가족이 쓴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단연 솔직하고 재미있다. 미셸 오바마가 텔레비전 쇼에 출연해 진행자와 푸시업 대결을 하고 비욘세의 노래를 열창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 흘러넘치는 활력과 감동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 소녀 미셸이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되어 무사히 임기를 마칠 때까지 겪은 일들이 담겨 있다.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지역에서 아버지 프레이저 로빈슨과 어머니 메리안 로빈슨의 둘째 아이로 태어난 미셸은 어려서부터 당차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아이였다. 부모는 그런 미셸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한 번도 '여자아이답게' 얌전히 행동하라거나 부모 앞에서 자기주장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친척 할머니 집 이층에 세 들어 살고 아버지는 다발성경화증을 앓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미셸의 부모는 자녀 교육에 드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미셸 또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 명문대인 프린스턴 대학교에 합격했다.
미셸의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원하는 고등학교, 대학교, 법학대학원(로스쿨)에 어려움 없이 합격했고, 시카고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났으니 그게 바로 버락 오바마다. 미셸이 일하는 로펌에 버락 오바마가 인턴으로 왔을 때, 미셸은 그가 잘생기고 똑똑하고 성격도 좋다는 걸 단박에 알았지만 그와 사랑에 빠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미셸은 변호사인 반면 버락은 아직 로스쿨 학생에 불과했고, 안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 미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 버락이 서로 잘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은 곧 사랑에 빠졌고, 이 사랑이 미셸의 삶을 크게 바꿨다. 미셸은 얼마 후 로펌을 그만뒀고,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직업이 아닌 교육, 의료 등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직업을 택했다.
버락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셸의 삶은 또 한 번 크게 바뀌었다. 사실 미셸은 버락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랐다. 안정을 추구하고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는 걸 좋아하는 미셸은 남편의 대선 출마 때문에 가정생활이 불안정해지는 게 싫었고, 자신의 커리어가 어그러지는 게 싫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언론과 대중에 노출되는 게 싫었다. 퍼스트레이디가 되었을 때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인 자신이 남편의 보조 역할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를 활용해 자신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기로. 버락 오바마 재임 당시 미셸은 아동 비만과 전쟁을 벌였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식품회사와 싸웠고, 전 세계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캠페인을 벌였고,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섰다.
이 밖에도 여성으로서, 비백인으로서, 비주류로서 공감이 되고 귀감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이 크고 두껍지만(568쪽) 문장과 번역이 좋아서 쭉쭉 읽힌다. 이 책을 읽고도 미셸 오바마의 팬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미셸 오바마에게 홀딱 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