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시크릿 파일 -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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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빼놓지 않고 챙겨듣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쓴 박영규 작가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를 썼다는 말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과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책은 무조건 읽을 운명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적을 기준으로 조선의 왕들을 평가했던 기존 역사서와 달리, 이 책은 가족사나 연애사 같은 개인사를 기준으로 조선의 왕들을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인물이 제법 많다. 태조와 태종은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사이가 나빴다고 알려져 있지만, 왕자의 난으로 사이가 급격히 벌어지기 이전에 태조는 신하들 앞에서 태종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들 바보'였고. 태종 역시 아버지 마음에 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효자였다. 태종의 장남인 양녕대군이 삼남인 충녕대군의 비범함을 알아채고 왕위를 물려주려 포악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건 전적인 오해다. 당시 양녕대군은 국민 난봉꾼이었고, 충녕대군은 양녕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면 아버지에게 일러바치는 범생이였다. 왕위를 물려줄 정도로 둘의 사이가 좋았을 리 없다. 


이 밖에도 세조, 성종, 연산군,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의 개인사가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공통점은 부모와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고, 배우자와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고, 형제자매들과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고, 자식들과 사이좋았던 경우 드물다는 것. 물론 일국의 군주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가까운 가족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는 일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 했던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아서(명종, 사도세자), 부모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서(연산군, 광해군, 정조),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태종, 중종, 숙종, 현종), 자식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영조)인 경우가 많다. 결국은 가족 문제, 사랑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왕이나 일반 백성이나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고, 왕은 일반 백성과 달리 잘못이나 치부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대대로 전해지니 더 불쌍하다. 심지어 왕의 용모가 어떠했고(세종은 뚱뚱하고 영조는 고약하게 생겼다고) 성격이나 성미가 어떠했는지까지 실록으로 전해질 정도다. 이들이 생전에 벌인 만행이나 살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려나.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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