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애정하는 작가 김연수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를 읽었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해서 하루에 한두 꼭지씩 아껴 읽었는데, 얼마 전 김연수 작가가 직접 출연한 팟캐스트 <요조,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를 듣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내가 미처 읽지 못한 대목을 두고 세 분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찌나 애가 타던지. 덕분에 나는 조금씩 아껴 읽으려고 했던 책을 의도와 다르게 빨리 읽어버리고 허무한 마음으로 리뷰를 쓰고 있다(작가님 장편 소설은 언제쯤...ㅠㅠ). 


이 책은 김연수 작가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한 글과 새로 쓴 글 8편을 더해 엮은 것이다. 저자가 여행한 곳은 순천, 부산, 대구 등 국내 도시부터 몽골,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태국, 일본, 이란, 중국, 실크로드까지 다양하다. 저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여행지의 볼거리라든가 먹거리, 그곳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등도 흥미롭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이나 여행을 마치고 나서 저자가 무심하게 떠올리는 생각들이 나로서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를테면 실크로드를 52일에 걸쳐 자동차로 완주하는 여행을 하다 묵게 된 호텔에서 무심코 보게 된 호텔 비누를 보고 대체 지구상의 호텔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고 남은 비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라든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당시 '빽판'이라고 부르던 불법 음반을 사기 위해 김천에서 대구까지 갔던 일화라든가. 


'아메오토코', '아메온나'라는 일본어 표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여행이나 야외 행사에 나서기만 하면 비(아메)가 내리는 운 나쁜 남자(오토코), 여자(온나)를 가리키는 말인데,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이 표현의 유래는 초나라 문인 송옥이 쓴 시 '고당부'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에 따르면 초 희왕은 어느 날 꿈속에서 한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여자는 초 희왕에게 아침 구름이 되고 저녁 비가 되어 당신을 그리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우리도 잘 아는 '운우지정'의 유래가 되는 고사다. 아메온나도 알고 운우지정도 아는데 왜 이 둘이 관련 있는 단어라는 건 몰랐을까. 무엇이든 자세히 보고 깊이 보는 작가에게서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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