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3가지 아들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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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고 알게 된 손경이 강사의 책.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성(性)을 배워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저자가 처음부터 성교육 강사로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라 아들 유치원 보내고 시간이 남아서 자치단체에서 주부들 대상으로 개최하는 이런저런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다가 성교육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많이 봤지만 경력을 새로 시작한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 놀랍고 신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봤는데, 나는 성교육이라고 할 만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생리와 배란, 임신과 출산에 관해서는 과학 시간에 배운 게 전부이고, 고등학교 때 보건 교사가 교실마다 들어와서 성교육 비슷한 걸 한 기억이 있기는 한데 순결 캔디를 하나씩 나눠준 기억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책 내용이 더욱 유익했다.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남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초경을 맞은 여자애들을 놀렸던 기억, 남동생이 자신의 생리대를 보고 기저귀라고 놀렸다며 내 앞에서 울었던 친구의 모습 등 오래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어릴 때부터 편견이나 왜곡 없이 성교육을 받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덜 상처받고 덜 눈물 흘렸을 것이다. 


성 교육만큼 젠더 교육을 강조한 점도 좋다. 아무리 성교육을 철저히 하는 집안일지라도 아이들 앞에서 "너는 아들이니까", "너는 딸이니까", "너는 남자애가", "너는 여자애가" 같은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고 가르치면 안 되고, 남자는 음경과 고환이 있고 여자는 소음순과 대음순이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여자는 고추가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주입하는 것이다. 주 양육자가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어도 보조 양육자가 올바르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주 양육자가 부모인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 등이 어떤 식으로 성교육을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은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것이다'라는 편견이 만연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대한 예방이나 대비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남성 우월주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진 경우,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 남자아이는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에게 털어놓으려 하지도 않고 '나는 남자인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더욱 수치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다. '좋아하니까 괴롭힌다'는 말은 해서도 안 되고 들어서도 안 된다. 괴롭힌 아이는 '좋아해서 그런다'라는 면죄부를 얻게 되고, 괴롭힘당한 아이는 '괴롭힘=애정'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입하게 된다. 이 밖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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