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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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체코의 과학자 야쿠프 프로하스카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관측된 적 없는 혜성 하나가 태양계로 진입하면서 거대한 먼지 폭풍을 일으킨 '초프라' 현상을 연구하는 사명을 띠고 체코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된다. 900만 킬로그램이나 되는 우주왕복선 얀후스 1호가 하늘을 향해 폭발적으로 솟구치자,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던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는데 정작 야쿠프는 '내가 어쩌다 이 빌어먹을 우주선에 타게 된 거지?'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체 그는 어쩌다 이 '빌어먹을' 우주선에 타게 된 걸까? 


체코계 미국인 작가 야로슬라프 칼파르시의 장편소설 <보헤미아 우주인>은 똑같이 우주가 배경인 소설 <마션>이나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과는 결이 다르다. 체코 역사상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야코프는 실상 우주를 탐사하는 것에도,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해 영웅이 되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야코프는 우주로 떠난 지 며칠 안 되어 사랑하는 아내 렌카가 자신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남편이 자신과는 상의도 하지 않고 자살이나 다름없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신을 떠난 아내 렌카를 원망하면서도 여전히 원하는 야쿠프는, 급기야 '하누시'라는 우주인을 만나 그와 함께 끊임없이 대화한다. 


야쿠프는 자신이 왜 그토록 어리석고 무책임한 선택을 했는지 사실 잘 알고 있다. 야쿠프의 아버지는 체코가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 데 일조한 부역자이자, 독재에 저항하고 자유를 꿈꾸는 이웃들을 고발한 밀고자였다. 야쿠프는 체코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됨으로써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된 아버지의 이름을 바로잡고, 아버지로 인해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만 쉽지 않다. 과연 야쿠프를 괴롭힌 건 타인일까, 자기 자신일까. 우주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코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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