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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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최선의 지도자를 뽑는 제도가 아니라 최악의 지도자를 뽑지 않기 위한 제도다. 민주주의가 국민주권, 입헌주의, 삼권분립 등을 기본 원리로 삼는 까닭은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국민 스스로 독재자를 지도자로 선출하는 잘못을 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변질되고 급기야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민자 및 이슬람인에 대한 배척, 성소수자 혐오, 언론에 대한 불신 등 민주주의에 반하는 이념으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트럼프 당선 직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민주주의조차 붕괴될 수 있음을 깨달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가 뉴욕 타임스에 발표한 칼럼을 토대로 쓴 책이다.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두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이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등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독재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가 잠재적인 위험인물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예일대 교수 린츠에 따르면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신호가 있다.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국민이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다양한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당이다. 정당은 선거와 당내 경선 등을 통해 극단주의자를 걸러내고 잠재적 독재자를 배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잠재적 독재자가 될 조짐이 보이는 극단주의자의 출현을 정당 차원에서 막은 예가 있다. 문제는 언론 환경이 변하고 정당의 선거 운동 방식이 바뀌면서 정당의 문지기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다. 2016년 2월, 트럼프가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는 열두 명의 공화당 대선 후보 중 꼴찌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중적인 인기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선거 운동을 이용해 지지도를 쌓았고, 결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예전 같으면 당내 경선을 통해 진작에 걸러졌을 인물이 당내 경선에 통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내 경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붕괴를 넋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두 저자는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제주의 행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되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항의 목표는 권리와 제도를 뒤엎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사회집단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나아가 오늘날 당파 간, 사회 계층 간 적대감이 심화되는 것은 경기 침체와 하위 계층의 임금 정체, 경제 불평등이 원인이므로, 민주당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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