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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3
츠카하라 요이치 지음, 채다인 옮김, 우스이 요시토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9월
평점 :

<짱구는 못말려>의 열렬한 팬이 아니라서 <짱구 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읽어보게 되었는데, <짱구는 못말려>를 보지 않아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 데다가 <고독한 미식가>를 연상케 하는 설정이나 장면이 많아서 몇 장 넘기기도 전에 푹 빠져 버렸다. 수더분한 인상의 샐러리맨으로만 보였던 짱구 아빠가 유튜브 스타 뺨치는 먹방 고수였을 줄이야...!
<짱구 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은 제목 그대로 짱구 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식사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식이나 구성이 <고독한 미식가>와 상당히 비슷하다. 회색 양복을 입고 긴 다리로 허우적허우적 거리를 누비며 맛있는 한 끼를 먹을 곳을 찾는 모습은 영락 없이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를 연상케 한다(음식평을 말로 하지 않고 생각으로만 하는 점도 이노가시라 고로와 비슷하다. 이건 누구와 같이 먹는 게 아니라 혼밥이라서 그럴지도).

<고독한 미식가>와 몇 가지 차이가 있기는 하다. 첫째, 가정 경제를 생각해 한 끼 식사 금액은 1000엔(원화로 치면 1만 원 정도) 이내로 제한한다(이노가시라 고로는 좀처럼 금액을 따지지 않는다). 둘째, 근무 중이므로 술은 '안' 마신다(이노가시라 고로는 술을 '못' 마신다). 셋째, 근무 중이므로 과식하지 않는다(이노가시라 고로는 몇 끼를 한꺼번에 먹는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이 먹는다). 넷째, 식사 중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부리나케 달려간다(이노가시라 고로는 프리랜서라서 연락 올 회사가 없다).
아무래도 비혼에 프리랜서인 이노가시라 고로와 달리 노하라 히로시는 기혼이고 직장인이다 보니 한 끼 먹는 데에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노하라 히로시와 마찬가지로 기혼이고 직장인인 독자라면 <고독한 미식가>보다는 <짱구 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쪽에 더욱 공감할지도 모르겠다(나는 비혼이지만 노하라 히로시쪽이다. 언제쯤 가격표를 보지 않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ㅠㅠ).

노하라 히로시의 음식 취향은 지극히 서민적이고 대중적이다. <짱구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제3권에서 노하라 히로시는 로스트비프 덮밥, 오코노미야키, 우동전골, 케밥 샌드위치, 에키벤, 쿠시카츠, 냉라멘, 오징어 먹물 파스타, 볶음밥 등을 먹는데, 대체로 한국에서도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니 맛이 궁금하다면 직접 맛집을 검색해 찾아가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샐러리맨의 일상과 애환이 느껴지는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개업 기념 할인 행사 중인 식당 앞에 줄을 선다든지, 신입사원에게 생색내려고 일부러 비싼 메뉴를 골랐다가 낭패를 본다든지, 멋모르고 오늘의 메뉴를 시켰다가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나와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은 경험... 누구나 있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 ㅋㅋㅋ) 노하라 히로시가 오사카 출장 가서 쿠시카츠 먹다가 맥주 한 모금 생각이 간절해졌는데 마침 논 알코올 맥주가 눈에 띄어 구세주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도 무척 좋았다(논 알코올 맥주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