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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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요 네스뵈의 소설 <스노우맨>을 읽었다. 북유럽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범죄와 싸우고, 개인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기 위해 분투하는 형사 해리 홀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홀딱 반했다. 직업은 형사지만 결코 선하지도 정의롭지도 않고, 현실을 비관하면서도 실금 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어쩐지 공감되기도 하고 안쓰러웠다. 그래서였을까. <스노우맨> 출간 이후 5년 동안 '해리 홀레 시리즈'가 한 권씩 출간될 때마다 어김없이 구입해 읽었다. 모든 시리즈가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애정을 저버릴 만큼은 아니었다. 


이번에 읽은 <리디머>는 '해리 홀레 시리즈' 제6권이자 <스노우맨> 직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끼던 동료 엘렌을 잃고 사랑하는 연인 라켈과도 헤어진 해리 홀레는 라이벌이자 원수였던 톰 볼레르의 사망 이후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리는 자신을 유일하게 옹호해주던 상관 비아르네 묄레르가 물러난 뒤 새로 온 후임 군나르 하겐과 갈등을 빚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세군이 개최한 거리 콘서트에서 구세군 장교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엄청난 인파 중에 범인을 목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해리는 인식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구세군을 둘러싼 해묵은 문제들이 터져 나온다. 


해리 홀레 시리즈 대부분이 그렇고 여느 범죄 소설이 그렇듯이, 이 소설 또한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며 몇 명은 성폭행 피해자다. 작가는 극중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가장 괴로운 건 강간 그 자체가 아니었어요. (중략) 내게 이 일을 말하지 말라고 협박할 필요조차 없다는 걸 ... 내가 찍소리도 하지 않으라는 걸 ... 설사 내가 찢어진 옷을 보여주면서 사실을 말한다 해도, 사람들이 늘 마음 한구석으로 나를 의심하리라는 걸 00은 알고 있었어요." (556쪽) 노르웨이처럼 복지 수준이 높고 인권 의식이 앞서 있는 나라에서도 여성 인권은 형편없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나아가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하거나 고통을 호소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는 어쩌면 1차 가해보다 더 나쁜 2차, 3차 가해임을 다시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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