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여성 - 페미니즘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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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페이지에 불과한, 책이라기보다 책자에 가까워 보이는 이 책은 보기보다 큰 주제와 논의를 담고 있다. 저자 스베냐 플라스푈러는 1975년 독일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철학 잡지>의 편집장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20대 중반에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읽고 크게 심취했다. <젠더 트러블>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흔히들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이성애적인 성 정체성을 고착화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추종하고 있는 "이성애 매트릭스"를 비판하며, 그 정체성을 부수자고 말했다. 


저자는 이에 크게 공감했고, 자신의 이성애 성향에 의문을 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체주의적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성을 부정함으로써 여성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인식했다. 사회가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고 '남성성'을 '여성성'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으며("페니스를 가진 인간은 질과 음핵의 오르가슴이 어떤 것이며, 생리와 임신, 출산과 수유가 어떤 기분인지 절대 알 수 없다."), 여성주의 또한 결국에는 여성의 신체, 즉 여성의 몸을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여성의 몸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종래의 남성 중심적인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물론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큰 잘못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의 방식이 '#NoMeansNo', '#YesMeansYes' 같은 해시태그를 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성은 여성 자신이 원하는 바를 보다 똑똑하고 분명하게 말해야 하며, 남성들이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그저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완벽하게 공감하지는 않지만 일리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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