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다섯 살, 신문사 기자인 아델은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남편 리처드의 직업은 의사이며 아델에게 다정하고 헌신적이다. 세 살 난 아들 뤼시앙은 가끔 말을 안 들어서 아델의 속을 썩이지만 그 나이 또래답게 명랑하고 건강하다. 일과 가정.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아델이건만, 어쩐지 아델의 마음은 너무나 허전하고 권태롭다. 남편 친구, 친구의 애인, 직장 상사, 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 업무상 만난 남자 등등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해도 아델의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목마른 개처럼 남자를 탐하고 몸을 내준다. 


이 도발적인 소설을 쓴 작가는 2016년 <달콤한 노래>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데뷔작 <그녀, 아델>은 가정이 있는 유부녀가 남편 아닌 남자에 대해 끊임없이 성적 욕망을 느끼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같은 프랑스 작가인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나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연상케 한다. 한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자기 파괴적 욕망이 어떤 식으로 그녀 자신을 망치고 사회와 불화하게 만드는지를 그린 점은 레일라 슬리마니의 다른 작품인 <달콤한 노래>와도 통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아델의 내면에만 집중했는데, 소설의 원제를 알고 나니 아델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편 리처드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소설의 원제는 <식인귀의 정원>으로, 여기서 식인귀는 끊임없이 남자를 탐하는 아델로 볼 수도 있고, 아델을 끊임없이 통제하려 드는 남편 리처드로 볼 수도 있다. 소설에서 아델은 남편 아닌 남자와 몸을 섞은 부정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당하기보다 곁에 아무 남자도 없는 상태를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온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는 성욕 과잉증, 성적 강박증, 혹은 섹스 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님포매니악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증상은 아니지만, 그 증상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 내에서 한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파괴하는지는 이 소설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