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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평점 :

어느 날 오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 남편 사업 때문에 대만으로 떠난 친구는 애 키우랴 살림하랴 정신이 없다며 이렇게 묻는다. "너는 너로 살고 있지?" 김숨의 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의 도입부다. 김숨의 소설을 읽은 건 <L의 운동화>, <당신의 신>에 이어 세 번째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L의 운동화>보다 <당신의 신>과 가깝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에 대해 사유한다는 점이 그렇고,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그렇다.
화자인 '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여자 배우다. 연극으로 버는 수입은 형편없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새로운 일자리가 들어온다. 경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여성을 간병하는 일자리다. 통장 잔고가 50만 원도 남아 있지 않았던 '나'는 일자리 제안을 받아들이고 서둘러 경주로 간다. 그렇게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와본 것이 전부인 경주에서 시작된 간병인 생활. '나'는 동갑인 여성의 몸을 씻기고 먹이며 지난 삶을 반추한다.
'나'는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여성을 간병하면서 '내가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가 돌보는 여성은 식물인간이 되기 전까지 밝고 건강했다. 남편과 사이가 좋았고 매사에 의욕이 넘쳤다. 그랬던 그녀가 돌연 식물인간이 되었고 11년간 병원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남편은 지쳤고 여동생은 차라리 언니가 죽기를 바란다. '나'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삶은 죽음의 반대가 아니며,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걸 확인한다. 내가 나로 살지 못하는 고통이 내가 나로 죽는 고통보다 더하다는 것을 작가는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