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이야기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든 게 얼마 만인가 싶다. 나를 매혹시키고 황홀하게 만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의 제목은 <그해, 여름 손님>. 원제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이며,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각색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이다. 


1983년 이탈리아 북쪽 어느 마을. 17세 소년 엘리오는 여자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 책 읽고 악기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조숙하고 지적인 소년이다. 엘리오의 가족이 여름마다 머무는 해안가의 별장에는 매년 다른 젊은 학자가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다. 그해 여름엔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가 찾아오는데, 교수답지 않은 자유분방한 성격과 신비한 매력, 잘생긴 외모에 엘리오는 거침없이 빠져들고 급기야 사랑을 느낀다. 올리버도 같은 마음인지 궁금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식상하기까지 한 이야기인데도, 이 소설이 그 어떤 소설보다 아름답고 애절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사랑하는 사람이 17세 소년이고 사랑받는 사람이 24세 청년이기 때문이다. 17세 소년 엘리오는 24세 청년 올리버를 보는 순간부터 사랑을 느끼고 몸이 달아 어쩔 줄 모르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거니와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느낀다. 올리버는 외국인이며, 여름 한 철 머무르고 떠날 손님이며, 동성이다. 그동안 자기 안에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인식조차 못 했던 엘리오는 혹시라도 자신의 애정이 올리버에게 부담이 될까 봐, 엘리오의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까 봐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를 향한 열망을 주체할 수 없는 엘리오는 매 순간 올리버를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올리버의 눈짓, 올리버의 손짓, 올리버의 농담 하나하나는 물론, 올리버가 매일 바꿔 입는 수영 팬츠조차도 엘리오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마침내 엘리오의 입에서 고백의 말이 터져 나오고, 올리버 또한 평생 가슴속에 간직하고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했던 말을 한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이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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