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1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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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삼각 창의 밖은 밤>, <화이트 노트 패드>를 읽고 애정하게 된 작가 야마시타 토모코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 매번 선택하는 소재가 특이하고 기발해서 이번에는 어떤 소재를 선택했을까 궁금했는데 1권을 읽고 입이 떡 벌어졌다. 


대도시에 비해 약간 쇠락해 보일 뿐, 일반적인 마을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하나이자와는 사실 생명 반응이 있는 유기체를 통과시키지 않는 투명 막으로 덮여 있는 격리 지역이다. 아무도 나갈 수 없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으며 앞으로 200년 정도 뒤에 사라질 예정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흥미진진하다. 


1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하나이자와가 격리 지역이 된 이후에 태어나 살면서 한 번도 하나이자와 바깥으로 나가본 적 없는 에마와 아이카의 이야기이다. 십대 청소년인 에마와 아이카는 그 나이 또래 여자 청소년들이 대개 그렇듯 남자 아이돌 그룹의 광팬인데, 어느 날 이 남자 아이돌 그룹이 하나이자와에서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다. 에마와 아이카는 서둘러 응원 도구를 준비하고 예쁜 옷도 차려입고 콘서트에 간다.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에마와 아이카의 얼굴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돌 그룹의 입에서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하나이자와에 사시는 여러분들은 상황이 계속 힘드시잖아요... 여러분들이 힘든 감정, 슬픈 감정에 지지 않는 자세가 너무 훌륭해서 우리가 용기를 받아 가는 것 같아요..." 하나이자와에서 태어난 것은 죄도 아니고, 에마와 아야카가 책임질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이자와에서 태어나 산다는 이유만으로 남한테 동정을 받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대상이 된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밖에도 하나이자와에서 산다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거나 자유롭게 꿈꾸고 미래를 계획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에서 피재지 차별 문제, 부락민 차별 문제 등을 떠올린 건 내 억측일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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