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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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관한 기억이라고 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친구들과 광화문 광장으로 거리 응원을 하러 갔던 날의 기억이 끝이다. 그 후로 월드컵이 열리든 아시안게임이 열리든 'NO관심'이었는데(국민 대다수가 열광하며 지켜본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 독일 전도 안 봤다), 김혼비의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고 아주 오랜만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마침 모레가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그것도 한일전이다! 꼭 이기길!!). 


저자 김혼비는 축구 좋아하는 남자들도 잘 안 보는 K리그를 보러 다닐 만큼 열성적인 축구 덕후, '축덕'이다. 어느 날 저자는 축구를 보기만 하는 건 아쉽다, 직접 드넓은 운동장을 달리며 축구공을 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에서 여자 축구팀 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아유, 괜찮아요. 일단 한 번 와 보시라니까요. 와 보세요, 일단." 축구화도 없는 초짜 중의 초짜인 자신을 넙죽 받아주는 게 이상하고 수상했지만, 그로부터 일 년여의 기간 동안 여자 축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저자가 그동안 흠모한 축구선수들처럼 예리하게 패스하고 시원하게 골을 넣... 지는 못했지만(당연하다), 힘들게 연습한 롱패스를 성공시키기도 하고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나의 축구', '김혼비만의 축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저자가 속한 축구팀에는 저자와 달리 축덕이 아닌 사람도 많고, 학창 시절에 운동을 잘 못했거나 싫어했던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학교에서도 축구를 하고 군대에서도 축구를 하고 사회인이 되면 조기 축구회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축구를 할 기회가 거의 없고 끽해야 피구나 발야구 정도 할 뿐이다. 어쩌다 축구를 좋아하게 되어도 여자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축구 선수 얼굴 보고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나 듣고, 여자 앞에서 아는 척하고 싶은 남자들의 맨스플레인 세례를 받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으로 살면서, 직접 축구를 하면서 겪은 어처구니없는 상황, 사회적 편견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축구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남자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여자도 축구합니다. 그것도 아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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