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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안 와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13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7월
평점 :

주변에 아이를 낳고 복직을 포기한 친구들이 여럿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회사에 다녔고, 결혼하고 나서는 물론 아이를 낳고 나서도 회사에 다니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친구들인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회사에 복귀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일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있지만 갓난 아기를 두고 나가기가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회사를 그만두거나 프리랜서로 업무 형태를 바꿨다. 그조차도 할 수 없는 친구들은 한동안 울면서 출근했고, 지금은 괜찮지만 마음 한편이 늘 미안하다고 한다.
고정순의 그림책 <엄마 왜 안 와>는 일하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말로 진행된다. "엄마 언제 와?" "이런... 조금만 기다려 줄래?" 엄마는 보채는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고 상사는 좀처럼 엄마를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 걱정에 속이 타들어가지만 전화기 너머로 보채는 아이에게 그만 보채라고 야단칠 수도 없고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다. 그저 아이가 그나마 편한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릴 수 있도록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게 전부다.
어릴 적 일하는 엄마를 두었던 작가는, 자신이 일하는 엄마가 된 후에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하루 종일 아이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도 아이에게 빚진 듯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엄마들에게,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걱정하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엄마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조그만 위로가 되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