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여행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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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권보다 약간 큰 정도의 책 크기가 아담하고 귀엽다. 책의 내용도 소소하면서 정겹다. 결코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자식들에게 음식만큼은 최고급으로 먹였던 부모님, 호텔에서 기르는 거북이인 줄 모르고 바다에 돌려보내자며 저자와 둘이서 무거운 바다거북을 들어 올리려고 했던 일곱 살 위의 언니, 아이스티 타는 솜씨가 일품이었던 아주머니, 점원들에게 맛있는 소바를 사주었던 점장님 등 저자에게 좋은 영향을 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져 나까지 마음이 훈훈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학창 시절 단짝 친구였던 사쿠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와 사쿠마에게는 각각 짝사랑하는 남학생이 있었고,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자신들이 짝사랑하는 남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은 서로가 짝사랑했던 남학생들의 얼굴이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사쿠마와 함께 들떠서 이야기를 나눴던 그 시간만큼은 분명히 기억한다고. 저자와 사쿠마는 서로를 꽉 끌어안으며 '충전'하는 습관 내지는 의식 같은 걸 종종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고 한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보니 여행 에세이인데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행에 관한 이야기도 (물론!) 있다. 처음엔 썼지만 일본으로 돌아온 지금도 자꾸만 생각나는 남미 마테차의 맛, 노곤한 몸을 풀어주었던 이탈리아 토스카나 온천 마을, 인도에서 산 베네통 티셔츠에 관한 추억, 언니가 오랫동안 즐겨 신었던 파란색 비치 샌들 등... 12년간 함께 산 강아지와 마지막 산책을 한 이야기가 정말 슬프다. 사랑도 많고 추억도 많은 저자라서 그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소설을 쓰나 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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